제22대 후반기 국회 최대 이슈로 ‘세제 개편’이 꼽히면서 변화의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상속세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세금이 뜨거운 감자가 된 배경에는 차기 대권 주자를 앞세워 지도부를 꾸린 여야의 ‘표심 경쟁’이 있다. 이들은 세금 정책이 ‘중도 확장’을 견인할 이슈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금투세와 상속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유세로만 봤던 진보진영의 기류가 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야당은 최근 상속세·금투세 개편안을 마련해 여당과 주도권 경쟁도 벌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16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 민주당은 연 납입금을 현행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금투세의 손실 이월 공제 기간도 2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을 제외하고, 인적공제 부양가족 소득요건(100만원 이하)에서도 금융투자소득을 배제하는 것을 추진한다.

법안은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인 임광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아직 당론은 아니지만, 사실상 민주당 안으로 꼽힌다. 금투세를 보완 후 시행하자는 이재명 대표 제안과 같고, 이 대표가 임 의원 등과 이러한 내용을 상의했다고 한다. 최근 지도부 공개 회의에서 ‘유예론’도 나왔지만, 이미 2년을 미룬 것이어서 추가 유예는 곧 폐지라는 인식이 큰 만큼 임 의원의 법안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다. 연간 기준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을 부과한다.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2년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를 아예 폐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핵심도 ▲금투세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및 자녀공제 확대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를 ‘정치복원 1호 법안’으로 꼽고, 민주당의 입장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내에서도 ‘유예’ ‘보완 후 시행’ ‘원안대로 시행’ 의견이 병존해서다. 당 정책을 책임지는 정책위의장과 선출직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각각 이견을 드러냈을 정도다.

다만 차기 대선을 앞둔 민주당으로서는 1400만 투자자 표심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결국 강력한 보완책을 두고 1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오는 24일에는 금투세를 주제로 자체 토론회도 연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각각 2명씩 찬성·반대팀으로 나뉘어 공개 토론을 하는 자리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와 기재위원회,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내부 의견을 취합 중이다.

그래픽=손민균

◇“수도권 집 한 채 부담 완화” 野도 뛰어든 상속세戰

상속세는 큰 틀에서 여야의 방향이 같다. 정부가 제출한 세제개편안은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유지하되 ▲최고세율은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현행 10배 수준인 5억원으로 대폭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할 때 평가액에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20%를 더하는 할증 과세도 폐지하는 것을 추진한다.

여야도 공제한도를 높이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거나 준비 중이다. 다만 수치에선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에선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송언석 의원이 현행 5억원인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각각 10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자녀공제 상향·최고세율 인하에 찬성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은 낮추고 자녀공제를 확대하며,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폐지하겠다”고 했었다.

민주당에선 국세청 차장 출신 임 의원이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같은 당 안도걸 의원도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각각 7억5000만원으로 올린 안을 낼 계획이다. 최고세율과 자녀공제 한도는 유지한 것이 정부와의 핵심 차이점이다.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는 ‘초부자 감세’에 해당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억2900만원이다. 현행 상속세 체계에선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으로 총 10억원이 적용돼 상속세를 내야 한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어느 당 안이 반영되든, 매매가격이 각각 20억 또는 18억원 수준의 아파트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