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3일 금융투자소득세를 ‘금투세’가 아닌 ‘금투 소득세’로 부르자며 시행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금융투자로 얻은 5000만원 이상 ‘소득’에 부과한다는 데 무게를 두자는 것이다.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이 ‘(이)재명세’로 칭하며 반발하는 상황에서다. 특히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을 내세워 금투세가 시장 건전성·예측가능성을 높일 거란 여론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국회의원 연구 모임인 ‘조세금융포럼’은 이날 국회에서 ‘금투소득세와 금융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한 연속세미나’를 열고, 금투세와 관련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이 포럼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총 12명으로 구성됐으며, 민주당 박민규·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연구책임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선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 주장에 대한 반대 논리가 소개됐다. 임 의원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대원칙을 소개한 뒤 “금투소득세는 ‘막대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란 원칙을 보여주기 위한 세금”이라며 “금투세가 아닌 금융투자소득세라 불러달라”고 했다.
현행법상 근로소득에는 최저 3.3%,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와 달리 금융투자소득은 불로소득인 만큼, 막대한 차익에 대해선 반드시 과세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이다. 아직 당론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보완 후 시행’으로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 합의대로 금투세를 시행하되, 개인 투자자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책을 두면 된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차익이 났다고 무조건 과세하는 게 아니다. 중산층 이하 재산 형성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폭넓게 준다”며 “다만 막대한 차익에 대해 세금 한 푼도 안내고, 국세청에 자료 통보도 안돼 시장 불명성으로 이어지는 문제에 대해 조세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과거 선거라는 정치적 이유로 시행이 미뤄졌는데, 선거가 없는 지금이 도입의 적기다”라고 했다.
◇“금투세 했다면 김건희·삼부토건 주가조작 못 했을 것”
최근 민주당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명의로 금투세 시행 입장문을 냈던 김성환 의원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국내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꼽히는 ‘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투세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이 국세청의 제도권 데이터에 남기 때문에 ‘주가 조작’ 세력에 치명타가 될 거라고 봐서다.
그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현재 대한민국 주가가 저평가된 근본적 원인은 비공개 주식 정보를 둘러싸고 작전 세력이 주식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라며 “금투소득세 도입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건 주가 조작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이 ‘치부’를 드러내기 어려우니 제도 도입을 막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2022년 여야 합의로 금투세를 유예한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었다. 그는 세미나 후 기자와 만나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삼부토건 주가조작 세력은 대통령 내외까지 동원해 주가를 띄우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금투세가 원래대로 도입됐다면, 그렇게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또 유예하거나 폐지되면 주가 조작 세력이 소위 ‘테마주’ 형식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주식시장의 불투명성이 커진다”고 했다.
한편 비공개 논의에서도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보유 주식의 대다수를 대주주가 소유한 만큼, 손익을 실현하지 않은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해 실물 과세를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한 세미나 참석자는 “우선 도입을 하되 투자자 우려를 고려해 일부 보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현재 (과세 한도인) 5000만원을 좀 높이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