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채해병 특검법’과 ‘지역화폐지원법’ 강행 처리를 추진한다. 당초 12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일제히 처리해 ‘추석 밥상’ 이슈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 제지로 일주일 연기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내주 본회의 일정도 문제 삼았지만, 소수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당에선 필리버스터(합법적 무제한 토론)를 검토하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은 (법안 통과 시점이) 일주일 늦춰졌을 뿐, 다 얻었다”며 “우 의장 본회의 처리 시점 중재는 법제사법위원회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회운영 전략상 효능감이 커진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은 용산에 ‘저희가 (본회의를) 늦췄다’고 보고할 거리가 생긴 게 큰 떡”이라며 “19일 본회의를 막을 재간이 없다”고 했다.
앞서 우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은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에 집중할 때”라며 “특검법 등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은 추석 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양당이 협의해달라”고 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순직해병 특검법, 이재명 대표 핵심 공약을 뒷받침할 지역화폐지원법을 안건으로 올려 단독 처리하려 하자, 우 의장이 이를 제지했다.
민주당 내에선 우 의장에 대한 반발도 나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와 국회의 입법은 연계하는 건 참으로 뜻밖의 일”이라며 “입법은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할 일이고, 전혀 별개의 절차인데 이를 묶어서 보류하자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재고해달라”고 했다. 또 이날 오후 예정된 본회의에 지역화폐지원법이라도 상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추석 전 본회의 상정을 요구한 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긴 연휴 내내 특검이 최대 이슈로 회자된다. 또 지역화폐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지역화폐법의 경우,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이 조성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 목적이 ‘통과’가 아닌 ‘여론전’에 있다고 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이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veto)권’을 넣어서다. 국민의힘이 이런 내용의 특검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재의요구권(거부권)은 정해진 수순이다. 결국 ‘야당 강행-거부권-폐기’가 반복되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가 특검법에 찬성하지 못할 거란 것을 민주당이 제일 잘 안다. ‘100% 한동훈 안’으로 발의해도 의원들이 반대하는데, 비토권까지 넣은 걸 어떻게 받느냐”며 “대놓고 거부권 행사하라고 발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 번째 특검법, 제3자 추천하되 野 비토권
민주당 등 야당이 ‘채해병 특검법’을 발의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안했던 ‘제3자 추천 방식’을 적용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이 중 2명으로 추리면,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내용이다. 핵심은 여기에 야당의 비토권을 명시한 것이다. 대법원장 추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국회의장을 통해 후보 재추천을 계속 요청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지역화폐법은 지역사랑상품권에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담고 있다. 이 대표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내세운 핵심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