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핵심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선별 지급을 거듭 요구했다. 정부·여당은 ‘현금 살포’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야권 잠룡인 김 지사도 보편 지급에 반대 입장을 재차 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제도 개선을 주장한 지 사흘 만이다. 경제 관료 출신인 만큼, 핵심 경제 이슈마다 자체적 목소리를 내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지사는 1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생회복지원금은 모든 국민이 아니라 상위 20~30%를 제외한 중산층과 서민 70~80%에 지급하자”고 했다. 그는 “지금 민생회복지원금을 주는 것에는 찬성한다. 저는 오래전부터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장해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소비 진작 목적으로 25만~3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어렵고 힘든 계층에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라며 “이분들(70~80%)이 훨씬 소비 성향이 높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더 소비 진작이 될 것이고,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그것이 우리 바닥 경기나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자영업자등에게 도움이 되고, 돈이 돌아가게끔 하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이 지원금은 ‘복지 대책’이 아닌 ‘경기 활성화 대책’이라며 이 대표 발언에 힘을 실었다. 앞서 이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정부·여당이 노래하는 것처럼 현금 살포가 아니다”라며 “복지정책 아니라 골목경제을 살리는 경제정책”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주면 13조가 든다고 하는데, 13조를 다 써도 좋고, 필요하다면 더 써도 상관이 없다”면서 “13조가 됐든 그 이상이 됐든, 70~80% 중산층 서민에게 지원이 된다면 (전국민 25만원 보다) 더 많은 금액이 갈 수 있다”고 했다.
◇”금투세 강행하자는 건 ‘시장 이해도 부족’, 유예도 미봉책”
최근에는 금투세 관련 입장도 밝혔다. 금투세는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에 부과하는 것으로, 앞서 여야가 2022년 시장 혼란 등을 고려해 ‘2년 유예’를 합의했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른바 ‘큰 손’ 및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간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때 ‘유예 또는 완화’를 제안하면서 내부 이견도 팽팽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지배주주 횡포 시정, 주주환원율 제고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여러가지 제도 개선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며 “부유층을 제외한 장기 투자자에게 비과세나 저율과세 적용, 반기별 원천징수나 건보료 부과 등의 행정 편의적 발상도 개선하자”고 했다.
그는 “강행, 폐지, 유예에 다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자 감세’를 말하며 금투세를 강행하자는 건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고, 폐지도 답이 아니다. 유예론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언젠가는 금투세가 시행되는 게 맞다”며 “낙후된 자본시장 개선, 선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되, 시장 구조와 관행 개선, 투자자 보호 등의 장치를 마련하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