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공동으로 검토키로 했다. 여야 대표가 공식 의제로 합의문을 낸 건 지난 2013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황우여·민주당 김한길 대표 회담 이후 11년 만이다. 다만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폐지’ 또는 ‘대폭 완화 및 시행’ 등 구체적인 개편 방식을 합의하지는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뉴스1

양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약 135분 간 비공개로 회담한 뒤, 이러한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회담에 배석한 국민의힘 곽규택·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금투세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곽 수석대변인은 회담을 마친 뒤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고, 최소한 내년도 시행하는 부분은 유예를 한 뒤 계속 논의하자고 했다”며 “반면 이 대표는 그 부분(유예)에 대해선 좀 더 논의하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까지 같이 논의하자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었다”고 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 대표는 ‘비정상적 시장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그간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이 대표는 대폭 완화 및 시행 입장을 밝혀왔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양측의 이견이 워낙 커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선에서 일단락 짓기로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금투세의 시행 여부뿐 아니라 자본 시장의 비정상적인 여러 양태에 대한 근본적·구조적 개혁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희망하는 것처럼 자본시장의 활성화, 주식시장을 통해 국민의 자산 증대 등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 협의키로 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금투세 시행하되 대폭 완화”… 내부 이견은 과제

금투세는 민주당 등 진보진영 안에서도 논란이 큰 주제다. 앞서 이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당시 금투세 완화 또는 유예 등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간 진보진영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 정의를 기반으로, 금투세와 상속세·종합부동산세 등을 일종의 ‘부유세’ 형식으로 지지해왔다.

차기 대선에서 ‘중도 확장’이 간절한 이 대표는 금투세를 ‘중산층 표심 전략’ 일환으로 본다. 금투세 관련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 1400만 개인투자자로 지지층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정책위원회 일부 실무진과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조국혁신당 등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여야가 이미 ‘시장 우려’를 고려해 시기를 유예했고, ‘5000만원 이상 수익’에 대한 과세여서 서민·중산층과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상속세 ‘배우자 공제 확대’ 한 목소리

상속세 완화에 대해선 일부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 공제(현행 5억원)를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냈다. 임광현 정책위 상임부의장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현행 최고세율(50%)은 유지하되, 일괄공제액을 5억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 최저한도를 5억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최고세율 인하는 전혀 고려할 수 없고, 가업상속제도 역시 이미 충분하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다만 중산층을 위한 배우자 공제와 일괄 공제 확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했다. 특히 “한 대표가 배우자 공제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했다.

한 대표는 또 최대주주 주식 상속·증여시 상속세율에 얹어지는 ‘20% 할증제’ 폐지를 강조하며, 이 대표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자녀 공제액 대폭 상향 및 일괄 공제액 확대에 대해선 “(배우자 공제에 비해) 별로 강조하지 않았다”고 진 정책위의장은 전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도 양당 대표는 ▲민생 공약 협의기구 운영 ▲의료 공백 관련 국회 차원의 대책 협의 ▲지구당 제도 재도입 등 8개 분야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이하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대표 회담 결과 공동발표문

첫째, 양당의 민생 공동 공약을 추진하기 위하여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둘째, 금투세와 관련하여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협의하기로 하였다.

셋째, 현재의 의료사태와 관련하여 추석 연휴 응급 의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하였다.

넷째, 반도체 산업, AI 산업, 국가 기반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방안을 적극 논의하기로 하였다.

다섯째, 가계와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하였다.

여섯째,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 휴직 기간 연장 등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과제를 신속 추진하기로 하였다.

일곱번째,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 하고 이에 대한 처벌과 제재, 예방 등을 위한 제도적 보안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하였다.

여덟번째,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구당 제도의 재도입을 적극 협의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