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폭우로 피해를 본 북한 이재민들을 위한 국제 사회의 수해 지원 제의를 거부했다. 자체적으로 피해를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선 최근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에 집중호우가 내려 수천여 가구와 농경지, 공공기관, 도로, 철로 등이 침수됐다.
김 위원장은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지역을 방문해 천막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을 위로하고 재해 복구를 위한 중대 조치들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에 이재민 지원 물자를 싣고 방문했다. 조용원, 박정천, 김재룡, 주창일, 한광상 등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김 위원장의 수해 현장 방문에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여러 나라들과 국제기구들에서 우리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의향을 전해오고 있다”며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부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제의한 긴급 물자 지원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우리 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었다.
김 위원장은 남측 언론이 수해 피해 보도를 날조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해 지역에서 인명 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 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며 “저들 사회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들에 대해 정부의 늦장 대응이라는 말이 나돌고 그러한 현상이 일상인 나라이다 보니 우리를 폄훼하는 궤변들을 한번 엮어 자기 국민을 얼리고 세상 여론을 흔들어보자는 심산”이라고 했다. 이어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다”라며 “적이 어떤 적인가를 직접 알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대적관을 바로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30일 수해 지역에서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평안북도·자강도 수해 책임을 물어 간부 3명을 교체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완전히 물에 잠긴 마을을 돌아보는 영상 등을 내보냈다.
김 위원장은 이재민 임시 거처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옷과 과자를 나눠주고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거나 끌어안기도 했다.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천막과 천막 사이에서 이재민들과 대화할 때는 맨바닥에 앉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등 취약 이재민을 평양으로 데려가 돌보겠다고 했다. 압록강 유역의 피해 규모가 커서 주택을 새로 짓고 인프라를 보수하는 데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 어르신, 병약자, 영예 군인과 어린아이가 있는 어머니도 평양에서 지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학령 전 어린이 2198명, 학생 4384명, 연로한 노인 4524명, 병약자와 영예 군인 265명, 어린아이 어머니 4096명 등 평양에 데려갈 수재민이 총 1만5400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평양에 있는 4·25여관과 열병훈련기지에서 지내게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