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압록강이 범람해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신의주시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집중호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은 북한에 수해 구호물자 지원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연락채널을 통해 통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응답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적이 전날 오후 수해 물자 지원을 제의한 후 이뤄진 이날 오전 9시 남북연락채널 통화 시도에 북한이 답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앞서 박종술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 사무총장은 전날(1일) 오후 5시 “우리 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북한의 조속한 호응을 기대했다. 한적과 북한 적십자회는 남북 간 긴급 수해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교섭 창구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북한은 작년 4월 7일 남북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이 때문에 한적은 북한에 수해 지원 제의를 전통문이 아닌 언론브리핑 형식으로 했다. 북한은 남북연락채널을 차단했지만 우리 측은 오전 9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통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무려 4100여 세대에 달하는 살림집(주택)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달 29일부터 수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북·중 접경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압록강이 범람해 중·하류 일대가 침수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수해 현장을 찾아 SUV 차량을 타고 바퀴가 물에 잠길 정도 깊이의 흙탕물을 가로지르고,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보트를 타고 침수된 도로를 둘러보는 영상이 보도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압록강이 범람해 위화도 전체와 의주, 자강도 만포시까지 침수된 것으로 분석했다. 위화도는 압록강 하구에 있는 섬으로 여의도 4배 면적이다. 섬 전체가 평지이고 농사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집중호우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4100여세대와 농경지 3000정보, 공공건물, 시설물, 도로 등이 침수됐다고 전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사망자가 많게는 1000명 내외에 이를 수 있다는 정황이 있어 확인 중이라고 한다.

북한이 최근 대남 적대 노선을 고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측의 지원 제의에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우리는 우리의 힘, 우리의 손으로 얼마든지 피해지역들에 사회주의 낙원을 보란 듯이 일떠세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제기구인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과 수해 관련 지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집중호우로 고립된 압록강 내 섬 주민들을 구조하겠다는 중국 측 제안을 탈북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