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발언을 공개한 것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개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나 후보의 수사를 촉구하고 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했다. 나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계획적 발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후보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라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또 “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한 후보는 전날 당대표 후보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저한테 본인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으시죠.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 드렸다”고 했다. 나 후보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언급하며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한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자, 한 후보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나 후보든 이 전 대표든 특정 사안을 법무장관 개인이 결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羅 원내대표 당시 ‘빠루 사태’… 與野 무더기 기소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 사건’은 2019년 4월 발생했다.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트랙에 올린 선거제도 개편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전신 국민의힘)과 극심한 충돌을 빚었다. 속칭 ‘빠루’(쇠지렛대)와 대형 망치, 장도리 등 각종 공구가 등장하며 초유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던 때다.
여야 쌍방이 고발했고, 21대 총선 직전 당시 현역 의원 28명 등 총 27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도 이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나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살아있는 야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패스트트랙 투쟁 그리고 조국 사태 투쟁”이라고 적었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웠다는 점을 강조해 전통 당원과 보수층 표심을 얻으려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