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강제 중단시키고, 민주당 주장대로 특검법을 직권상정했다며 표결하지 않고 단체로 퇴장했다. 다만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안철수·김재섭 의원은 각각 찬성, 반대표를 던졌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 190인 중 찬성 189인·반대 1인으로 가결했다. 전날 우 의장이 대정부질문에 앞서 특검법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오후 3시 39분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지 약 26시간 만이다.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으로 종료된다. 민주당 등 범야권은 192석으로, 토론 종결 및 법안 가결도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실이 수사를 받아야 해서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정면 겨냥한 법이다. 국민의힘은 “탄핵을 위한 빌드업”이라며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로 돌아와 폐기 또는 재표결 할 수 있다.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 참석·참석 의원 3분의2 이상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즉시 발효된다.
22대 국회 재적의원은 300명이다. 재의결에 전원이 참석할 경우,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날 기준 각 정당 의석 수는 ▲민주당 170명 ▲국민의힘 108명 ▲조국혁신당 12명 ▲개혁신당 3명 ▲진보당 3명 ▲새로운미래 1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무소속(우원식 국회의장) 1명이다. 200명을 채우려면 범야권 전원이 찬성하더라도 여당 내 ‘이탈표’ 8개가 나와야 한다.
◇與 특검 추천권 배제, 수사인력만 104명
채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1사단 소속 채모 상병이 2023년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순직한 사건을 다루기 위해 발의됐다. 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당국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 대상은 채상병 사망 사건 외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 내 은폐·무마·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관련 불법행위 등이다.
특검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에서 1인, 비교섭단체에서 1인이 추천하도록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권이 없다. 활동 기간은 90일이며, 대통령 승인으로 30일 연장 가능하다. 규모는 파견 검사 20명과 파견 검사를 제외한 40명 이내의 파견 공무원 등 최대 104명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6년 ‘최순실 특검’(최대 105명)과 비슷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팀의 검사는 6명이다.
◇“민주당 국회 파탄 내”… 與 개원식 불참
국민의힘은 이날 필리버스터 발언권을 보장해달라며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우 의장이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토론 도중 국회법(24시간 이후 종결 투표 가능)을 근거로 발언 종료를 요구해서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에도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은 표결에 부쳐졌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친 후 단체로 본회의장을 나갔다. 또 오는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실은 “5일 예정이던 개원식인 연기됐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회에 분풀이하듯 ‘윽박의 장’으로 만든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반성 없이는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 탄핵 시도로 법치를 흔들고, 여야 합의 없는 일방적인 의사일정으로 국회를 파탄시키는 현실에서 국회 개원식은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