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사임한 가운데,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 친명(親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가 사실상 축출된 만큼, 비주류 후보가 나오기 어려운 구도여서다. 최고위원은 물론, 시도당위원장까지 친명계로 구성된다는 뜻이다. 이로써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는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5일 박찬대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지도부 회의를 열었다. 전날 이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당대표 궐위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당헌·당규상 차기 전당대회까지 60일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현재까지 이 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는 없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맏형격인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고심 중이지만, 추대 분위기가 워낙 강해 실제 출사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다. 최고위원 후보군 역시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대세를 반영하고 있다. 출마 선언부터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연임은 나라를 지키는 일” 등의 구호가 주를 이뤘다. 이재명 대표 체제로 2026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뜻이다.
재선 강선우(서울 강서갑) 의원은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 강선우가 열겠다. 이재명 당대표, 강선우 최고위원과 함께 정권 탈환의 길로 가자”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 대표 연임은 ‘당원의 명령’이다. 이재명 일극체제가 아니라 당의 주인이자 주권자인 ‘당원 일극체제’”라며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고,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재선 김병주(경기 남양주을) 의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이 돼 이재명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며 “이재명 대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승리와 정권 창출의 승리를 위해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한준호(경기 고양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표님이 주저 없이 굳건히 길을 가실 수 있도록 동행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역 조직도 ‘친명일색’으로 정비되고 있다. 강성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는 지난 23일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시도당위원장은 차기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 공천권을 행사하고, 지역 조직을 총괄하는 막강한 직책이다. 이 전 대표 측근인 강 상임대표는 4월 총선에 광주 서구갑 출마를 준비했으나, 과거 성추행·음주운전 논란으로 출마를 포기했었다. 그 외 김승원(경기도당)·이광희(충북도당) 의원 등 친명계 현역들도 시도당위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