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21일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사건 이후인 지난해 8월 9일 국가정보원 측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수사 방해’ 핵심이란 의혹을 받는 이 전 장관이 국정원 관계자와 사건 은폐를 상의할 목적으로 통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에서 “(이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9일 12시 33분에 걸려 온 전화를 3분 30초가량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발신지는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이었다”며 “국정원 관계자와 통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날 국방부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채상병 사망 사건이었다”며 “이 시점에 왜 국정원 관계자와 전화로 뭔가 상의를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전 장관은 ‘누구와 통화했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제가 하루에 많은 전화를 받는다. 기억을 다 못한다”고 했다. 또 “제가 국정원 직원하고 상의할 이유가 없다. 만약 (통화를) 했다면 이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같은 달 고석 전 국민의힘 용인병 국회의원 후보와 통화를 했다. 고 전 후보는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이 전 장관과 세 차례통화를 한 다음 날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전화가 와서 받은 것”이라며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은 전혀 없지만, 최소한 이 사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실로부터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의에 “문자나 전화를 받은 것이 전혀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건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 세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상 ‘위증’을 한 셈이다. 이번 입법청문회에서 이 전 장관의 ‘증인 선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그는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증인선서를 거부하겠다”고 했다. 함께 증인으로 나온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역시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선서를 거부하는 증인은 법률에 따라 거부 이유를 위원회에 소명해달라”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 위원회가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