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권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9월 사퇴해야 하고, 또 다시 비대위 체제를 꾸려야 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는 선거(2027년 3월) 1년 6개월 전(내년 9월)에 사퇴해야 한다. 사실상 당권주자이자 대선 잠룡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황 위원장은 1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대권주자들이 당대표 후보로 나오면 내년 9월이면 사임해야 하는데, 그러면 다시 4∼6개월에 걸치는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며 “그렇게 되면 어떻게 바로 지방선거(2026년 6월)를 치를 지 굉장히 걱정된다”고 했다.

여당 수장의 발언은 오는 13일 차기 지도체제 발표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그간 황 위원장은 체제 안정을 이유로 ‘당대표 궐위 시 직을 승계 받는 방식’의 당대표·부대표 2인 체제를 주장해 왔다. 정치권에선 대권 주자로 부상한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당 주류의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한 전 위원장의 존재감을 키우고, 나머지 당권 주자들을 무력화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위원장은 당대표를 임금, 부대표를 세자에 비유한 뒤 “승계형 부대표를 두는 건 지도체제 안정과 정통성 유지에 중요하다”고 했다. 또 “마치 임금이 계실 때 세자책봉을 ‘국본’이라 해서 사직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겼던 것처럼 한 분에게 승계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그렇게만 해놔도 (당대표가 사퇴시) 전당대회 필요성이 거의 없는 등 굉장히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후계자가 있어서 ‘나는 조용히 나가도 당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면 훨씬 부담이 적을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만약 (당대표로) 나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나는 사임해야겠다’고 하면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느낄 것이다. 당내에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는 어떻게 하느냐’는 큰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동훈을 어떻게 해 보려고 별의별 수를 다 쓴다는 느낌이 든다”며 “(원 주위를 까맣게 칠하면 그 원이 오히려 도드라지듯) 국민의힘 주류가 자꾸 한동훈이라는 원 주위를 까맣게 색칠하고 있다”고 했다. 주류인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할 수록 거꾸로 ‘한동훈 대세론’을 부각하는 꼴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