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서울 동작을) 국민의힘 당선인이 27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 보험료율(평균소득 대비 내는 돈)과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받는 돈)을 고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 임기 내 모수개혁이라도 끝내자고 제안하자, 여당은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차기 당권 주자 등 안팎으로 이 대표 제안에 찬성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나 당선인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구조개혁까지 포함해 한 번에 하는 게 맞겠지만, 국회 원(院) 구성이 어렵고 여야 대립이 예상된다”며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이 대표 제안에 대해) 처음에는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라도 끼워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그는 토론회 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여당안을 수용해) 소득대체율을 44%까지 한다고 했다. 그 1%p차이가 엄청난 액수”라며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구조개혁을 올해 안에 한다는 조건이라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높이는 것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도 저도 안 될 때를 대비해서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조금은 전향적으로 해보자는 이야기다. 무 자르듯이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여당에선 이 대표 제안대로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히지만,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한 것에 대해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수개혁에만 합의하는 것도 대단히 긍정적”이라며 “다음 국회 첫 번째 본회의 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이 안을 가장 먼저 통과시키자”고 했다.
여권 경제통인 윤희숙 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지난 26년 동안 단 1%p도 움직이지 못했던 보험료를 4%p 올리는 현재 개혁안만이라도 천금과 같은 기회가 왔을 때 처리하는 것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 적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소속인 같은 당 김미애 의원 역시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거라면 우선 나아가자”고 했다.
◇보험료율 인상 뜻 모았지만… 與 “22대로 넘겨”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2%다. 국민의힘은 이 수치를 44%, 민주당은 45%까지 높이자고 주장해왔다. 1%포인트(p) 차이다. 이견이 계속되자, 이 대표가 “44%도 수용하겠다”며 여당의 결단을 요구했다. 여야가 보험료율(현행 9%)을 13%까지 인상하는 데는 뜻을 모았으니, 최대한 접점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그간 연금 개혁은 ‘받는 돈’을 낮추는 선에서만 이뤄졌는데, 국회 차원에서 최초로 ‘내는 돈’을 높이는 데 접점을 찾은 만큼 ‘의미 있는 진전’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며 이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 구조개혁은 기초·퇴직·직역 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연계해 노후 소득 보장 구조를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가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대타협을 이루기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