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연금 개혁은 이 시대의 가장 큰 민생 현안”이라며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이 없으니 우리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당내에도 이견들이 많지만 그로 인한 책임은 저희가 다 감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 대표가 전날(24일) 페이스북에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제안을 두고 국민의힘은 ‘정치적 꼼수’라고 봤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순직 해병 특검법 처리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피하고자 연금 개혁을 특검법 처리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이어 연금 개혁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불통’ 모양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해석에 대해 “특검법으로 다투더라도 국민 삶에 가장 시급한 의제인 연금 개혁 문제가 합의까지 됐는데 처리 안 할 이유가 없다”라며 “이런저런 핑계 만들지 말고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고, 집권 여당의 가장 큰 숙제 하나를 이번 기회에 처리하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24일)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전화해 부탁했고, 황 위원장이 “공감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입장에서 구체적 안을 내놓고 타협을 하면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라며 “그러나 더 큰 고통을, 더 큰 손실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법’ 관련해서는 국회의 모든 일정을 현재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연금 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했으나,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정치권이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 폭탄’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연금 개혁 특위에서 여야는 보험료율(소득 중 내는 돈) 9%에서 13%로 올리자는 데 공감했지만,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으로 받는 돈)을 얼마로 할지 합의를 못 했다. 연금 재정 지속성을 중시하는 국민의힘은 현행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인 소득대체율을 43%로 하자고 주장했고, 노후 소득 보장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45%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이 물러서지 않자, 국민의힘은 44%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45%만 고수하며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전날(24일) 기자 간담회에서 “1~2%포인트 차이 때문에 연금 개혁이 무산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는 쟁점인 소득대체율도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선 21대 국회에서 우선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안에 합의하고 22대 국회에서 연금 구조 개혁을 포함한 논의를 이어가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연금 개혁은 국민의 저항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까지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가 2022년 연금 개혁 특위를 구성하고, 19개월간 특위를 운영하고도 연금 개혁안 처리에 이르지 못한 것은 문제란 지적도 있다. 미래 세대에겐 절박한 문제인데도 정치권이 논의를 미루는, 이른바 ‘정치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회 합의만 강조하며 연금 개혁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의견도 있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보험료율: 국민연금 가입자가 소득 대비 납부하는 보험료의 비율. 근로자 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월급에서 4.5%가 공제되고 회사 측이 4.5%를 더해 총 9%를 납부한다. 나 홀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지역 가입자는 월 소득의 9%를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말한다. 제도 도입 당시 70%였지만, 1998년 첫 개혁으로 60%로 조정됐고,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하향됐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