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는 28일 ‘해병대원 채상병 특검(특별검사)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표 막기’에 부심하고 있다. 국회 재적 전원이 표결에 참석할 경우, 여권에서 18명만 이탈하면 법안이 가결돼서다. 표결을 막기도 어렵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요구하는 본회의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장은 합의 불발 시 직권으로 개의해 법안을 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진의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김진표 국회의장은 2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겠다”며 “이미 본회의에 오른 안건과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채상병 특검법은 표결을 통해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날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의결된 지 하루 만이다. 여야가 의사일정 합의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뜻대로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당에선 안철수·유의동·김웅 의원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런 ‘이탈표’가 두자릿수에 달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같은 날 국회에서 중진 의원들을 비공개로 만나 재표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28일 개의를 강행할 것 같다”며 “우리당 전원이 흐트러짐 없이 특검법 반대를 당론 채택할 수 있도록 중진들도 적극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예고한) 28일까지는 낙선하신 분들도 모두 (투표권이 있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그 분들을 대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찬성표 행사를 예고한 안철수·유의동·김웅 의원에 대해선 “그렇게 밝힌 뜻이 무엇인지 직접 대화해볼 것”이라고 했다. 이들 3명 외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우리가 먼저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국회법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국회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 통과된다. 이날 기준, 구속 수감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1대 국회 재적은 295명이다. 전원이 참석할 경우, 재의결 정족수는 197명이다. 다만 불참 인원이 생기면 정족수는 더 줄어든다. 재의결 된 법안은 즉시 발효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은 총 180명이다. 민주당(155명)과 녹색정의당(6명), 새로운미래(5명), 진보당(1명), 조국혁신당(1명), 개혁신당(4명),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8명)을 합친 수다. 통상 국회의장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의원 18명의 변심 여부가 법안의 통과 여부를 좌우한다. 범여권은 국민의힘(113명), 자유통일당(1명),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1명)으로 총 115명이다.

◇“양심 투표 해달라” 與 낙선·낙선자 58명 겨냥하는 野

민주당은 국민의힘 현역 ‘58명’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4·10 총선에서 낙선·낙천하거나 불출마한 현역 의원의 수다. 원내 입성한 22대 당선인들에 비해 대통령실 또는 당론에 얽매이지 않는 위치여서다. 재의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낙선·낙천한 현역들이 소신투표를 하더라도 원내지도부가 현장에서 표 단속을 하기도 어렵다.

개별 접촉도 시도 중이다. 민주당의 직전 원내수석부대표로 특검법 여야 협상을 맡았던 박주민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찬성투표를 독려하는 편지를 각각 보냈다고 한다. 박 의원은 편지에서 “대한민국 국군 장병이 국가를 위한 의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었는데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부디 살펴봐 달라. 국민을 위해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의원은 찬성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여당 의원들에 직접 만나는 자리도 요청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설득하려는 여당 의원이) 10명 내외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력의 눈치가 아니라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재의결에 찬성 표결로 동참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