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고, 차기(21대) 대선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자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21대 대통령 선거는 오는 2027년 3월에 치러져야 하지만 당장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부터 줄여 ‘7공화국’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제3당인 조국혁신당도 개헌론에 동참했다. 192석 야권이 차기 국회에서 여당 의원 8명만 설득하면, 개헌(200석)도 가능하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개헌특위 설치 및 제7공화국 개헌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17/뉴스1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22대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고, 제7공화국 헌법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는 헌법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명시하는 것 외에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헌법전문 수록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를 위한 일반 조항 신설 ▲'동일가치 노동동일 수준 임금’ 명문화 ▲토지공개념 강화를 제시했다.

조 대표는 특히 윤 대통령 임기부터 소급 적용하자고 말했다. 그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4년 중임제 등 7개 포인트 개헌에 동의한다면 지금까지 국정 운영 실패, 비리, 무능, 무책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바꿨다는 점에 기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오는 2026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같이 치르자고 주장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지난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만큼, 현행대로라면 21대 대통령 선거는 오는 2027년 3월에 치러져야 한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하자는 뜻이다.

조 대표의 제안은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개헌 당위성을 언급한 직후 나왔다. 우 의원은 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인 총회를 마치고 “87년 체제 이후 우리 사회가 완전히 변했다. 그에 맞는 헌법 시스템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5년 단임제를 겨냥한 ‘권력구조 개편’을 콕 찝어 언급했다.

우 의원은 의장 경선 과정에서도 ▲5·18 정신 헌법전문 반영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했다. 또 “입법부 삼권분립을 분명히 하겠다”고도 했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제한 등 행정부 권력을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각종 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특별검사)법과 쟁점 법안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9차례 거부권을 행사해서다.

개혁신당도 동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같은 MBC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이번 개헌을 하기 위해 스스로 어느 정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야권의 주장대로 4년 중임제를 적용할 경우, 윤 대통령의 임기는 기존 2027년 3월에서 2026년 6월로 단축된다.

◇與 이탈표 8개면 개헌선 붕괴… “개헌 받고 명퇴하라”

국회의 개헌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1987년 6공화국이 시작된 이후 매 국회마다 개헌론은 나왔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 각각 ‘5·18 전문 정신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약속했었다.

반면 야당이 최근 띄우는 개헌론은 궁극적으로 ‘탄핵 효과’를 노린 측면이 크다. 이미 각종 특검 공세로 대통령을 압박하고, 더 나아가 헌법적 권한을 축소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친명(親이재명계) 강경파가 노골적으로 탄핵을 언급하지만, 야당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크다. 명백한 위법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반면 중임제·거부권 제한으로 대통령을 견제하고, 윤 대통령에 ‘퇴로’를 줄 수도 있다. 협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조 대표가 ‘개헌 과제를 이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에선 배우자 리스크로 추락하는 것보단 개헌안을 받고 ‘명퇴’(명예퇴진)하는 게 낫다”며 “국회의 개헌 당위성은 이미 충분하다. 대통령이 결단을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라 본다”고 했다.

전례 없는 ‘거대 의석’도 개헌 동력이 됐다.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이재명 체제로 단독 과반(171석)을 획득했다.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을 합치면 범야권은 192석에 달한다. 여당 내 8개의 이탈표가 나오면 200석이 된다.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다만 실제 개헌까진 갈 길이 멀다. 설령 여야 합의에 성공하더라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국회 차원의 개헌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외에는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헌의 필요성과 개헌 시 다뤄야 할 것들이 많고, 이견도 많다”며 “포괄적인 과정을 거쳐 판단하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