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더불어민주당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5선·서울 노원갑) 의원은 ‘현장 중심형’ 중진이다. 이른바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마음)’을 내세워 단일 후보로 출마한 추미애(6선·경기 하남갑) 당선인을 결선투표도 없이 제쳤다. 추 당선인이 강성 지지층만 겨냥한 반면, 우 의원은 민생 기구를 이끈 실천력·협상력을 내세웠다. 4년 간 원외에 있던 추 당선인과 달리, 우 의원이 꾸준히 원내에 있던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정치권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 우 의원은 당내 을지로위원회(乙 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 초대 수장을 지냈다. 을지로위원회는 2013년 이른바 ‘남양유업 갑질 사태’를 계기로 생긴 당내 민생 기구다. 초반에는 대기업과 가맹사업자·대리점주의 갈등, 노사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10년에 걸쳐 꾸준히 활동하면서, 민주당의 경제 법안을 주도하는 전국위원회로 자리 잡았다.
우 의원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 경력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하려면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입법 성과’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4년 간 을지로위원장을 맡으며 현장에 밝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 외 문재인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로 여야 협상을 주도했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우 의원이 추 당선인에 비해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파적 선명성보다는 민생 입법에 방점을 둔 의정활동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경선에서 친명(親이재명)을 자처했지만,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 측근들로 구성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범계파적 정책 토론 모임인 ‘더좋은미래’에서도 활동했다.
추 당선인의 “명심이 민심” 구호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의장에 요구되는 중재·협상력 대신 강성 지지층만 겨냥해서다. 그는 “이 대표가 내게만 ‘잘해달라’고 말했다”며 ‘명심’을 자처했다. 기존 경선 후보들이 사퇴하는 과정에 친명 핵심 박찬대 원내대표가 관여했다는 말도 나왔다. 반면 우 의원은 ‘여야 협상 경험’ ‘정치력’을 언급했다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협상 운운하는 의장은 필요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수도권 한 3선 의원은 “자기들끼리 단일화 했다고 의원들이 우르르 따라갈 줄 알았나”라며 “의장까지 맘대로 할 수는 없다는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3선 의원도 “당이 입법 성과를 내려면 모든 걸 무조건 밀어붙일 순 없다”며 “여당과 협상도 하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의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내 이력’도 호재가 됐다. 추 당선인은 20대 국회에서 1기 당 대표를 지낸 뒤, 2020년 1월 문재인 정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관련 의혹 수사 등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4년 간 의원들과는 접점이 없었다. 반면 우 의원은 17대 국회때 입성해 19·20·21대 국회에서 연달아 당선됐다. 유권자인 의원들과 긴밀히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축하를 전한다”면서도 “명심 팔이 충성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민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국익과 민생에 대한 걱정보단 국회를 이재명 대표의 방탄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더 커 보였다”며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적 입장에서 그 간극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한다. 당 대표 한 사람을 위한 방탄 국회로 또다시 전락시킨다면, 엄청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