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회기 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설립’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추진하고 있다. 취약 지역 내 의사 근무 기간을 의무화하고, 각 지역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다만 여권과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취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소관 상임위원 일부가 총선 공천 문제로 민주당을 탈당, 본회의 부의 요건인 15명을 채우기 어려워졌다.
진성준 민주당 신임 정책위의장은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들에 대해 “이미 21대 국회에서 충분하게 논의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며 “여야 이견만 내세워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안들을 계속 늦출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특히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가 줄어든 것을 언급하며 “의석수만 봐도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입장대로 법안을 바꿀 수도 없다. 임기 내 처리하자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이 언급한 법안들은 보건복지위원회 소관인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설립 법안을 비롯해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농해수위),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민주유공자예우법(정무위) 등이다. 각각 지난 18일, 23일 상임위에서 본회의 직회부 안건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여당은 “운동권 셀프 특혜법”(민주유공자법) “갈등 조장법”(가맹사업법)이라며 반대했지만, 의석 수에 밀렸다.
이들 법안은 앞서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법사위 계류 상태였다. 통상 상임위를 거친 법안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은 대부분 법사위에서 묶이는 경우가 잦다.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지나면 소관 상임위 재적 5분의 3(15명)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방법으로 쟁점 법안 4건을 본회의에 직회부했고, 의대 관련 법안도 의석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野 ‘공천 파동’으로 줄탈당, 직회부 정족수 미달
다만 민주당이 복지위원 15명의 찬성을 받기는 쉽지 않다. 현재 복지위는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9명 ▲비교섭단체 3명(국민의미래 이종성·녹색정의당 강은미·무소속 전혜숙 의원)으로 구성돼있다. 국민의미래는 오는 30일 국민의힘과 합당이 확정돼 사실상 여당 위원이 10명이다. 국회 부의장 출신 김영주 의원과 3선 전혜숙 의원은 지난 달 민주당 총선 공천에 반발해 ‘이재명 사당화’를 지적하며 탈당했다.
따라서 여당의 협조 없이는 관련 법안 직회부가 불가능하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원내에선 직회부 의지가 강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설사 위원을 교체하더라도 탈당한 당사자들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게 쉽겠느냐”고 했다. 회의 일정 관련 여야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경선 패배 등으로 낙선해서다. 복지위에서만 국민의힘 위원 8명이 22대 국회에 합류하지 못하게 됐다.
법안 자체에 대한 내부 이견도 있다. 또다른 민주당 복지위원은 “일본에서도 지역의사제와 유사한 정책이 시도된 바 있지만, 장기적인 실효성을 입증하진 못했다”며 “지역에서 복무하는 의사에 실질적인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해 자진해서 올 수 있도록 해야지, 근무 지역을 의무화하는 식으로는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