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의원들이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의 대원칙을 버리고, ‘명심(明心)’과 ‘당심(黨心)’ 잡기에 나선 것이다.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6선 조정식·추미애 의원과 5선 정성호 의원. /뉴스1

4·10 총선에서 당선되며 5선 고지에 오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에 대해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라며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면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이 있고, 입법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다음 선거에서의 어떤 승리, 이런 것 등에 대해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된다”고 했다. 진행자가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게 국회법에 있지 않느냐’고 묻자 정 의원은 “법률에 당적을 이탈하라고 하는 것이 구체적인 내용은 있지 않다. 그건 정치적인 의미”라고 했다.

앞서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조정식 전 민주당 사무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두 사람은 당내 최다선인 6선이다. 조 전 총장은 전날(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21대 국회를 보면 민주당이 배출한 의장인데 민주당 출신으로서 제대로 민주당의 뜻을 반영했느냐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불만도 있었다”며 “그런 부분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당적을 내려놓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지만 민주당 내 구성원들과 의원들이 과반 이상이 불신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언제든지 의장직을 던질 각오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전 장관도 지난 11일 SBS라디오에서 “국회의장은 중립은 아니다”라며 “지난 21대 국회를 보면 서로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개혁입법이 좌초되거나 의장의 손에 의해 알맹이가 빠져버리는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또 “혁신의장의 역할이 주어진다면 거부하지 않겠다”며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누가 잘 반영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 아닐까 싶다”고 했다.

국회법 20조의 2에 따르면 국회의장에 당선되면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 무소속 신분이 되는 셈인데 이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여야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유력한 후보들이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의사정리권(의사지휘권)을 가져 본회의 개의 등을 관장하고 안건 직권상정 권한을 가진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명심 얻기’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22대 국회에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들어오는 만큼 이들의 마음을 잡아야 당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데 재적 의원의 과반 득표를 얻어야 한다.

조정식 전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심’은 당연히 저 아니겠느냐”라며 “이재명 대표와 당과 호흡을 잘 맞추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될 때, 싸울 때 제대로 싸우고 또 성과를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서 국회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성격상 어느 분이 국회의장 나간다고 했을 때 열심히 해보라고 했을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이 대표와 한두 번 만났다. 저랑 오랫동안 정치를 같이 해왔고 이전부터 가까운 사이라 (출마에 대해) 말씀을 드렸고 웃으시고 마시더라”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룰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최고 득표자가 당선됐지만 재적 의원 과반수 득표로 바뀌었다. 또 결선투표제도 도입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국회의장, 부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그동안 당규에 미비한 사항이 있어 정비하는 조치가 있었다”며 “결선투표를 도입해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최다 득표자와 차점자가 결선을 한다. 원내대표 선출 규정을 준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