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 사안을 조사해 온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해산됐다. 안보리 표결에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반대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예고된 만큼, 러시아가 북-러 간 무기 거래를 은폐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 시각)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 제재 레짐(Regime·가치나 규범)의 일몰 조항을 비롯한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미국이 우리 의견을 무시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등이 반발했지만 러시아의 거부와 중국의 기권으로 끝내 채택되지 못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06년 안보리가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설치한 조직이다.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전문가 패널 구성을 결의했다. 매년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1년씩 안보리 이사국의 동의 하에 연장돼 왔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 채택 불발로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 위반 사항과 북한의 불법적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보고서로 작성해 매년 2회 공개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지원부터 북한의 사이버 범죄까지 광범위한 북한 관련 불법적 행위를 조사해 온 공신력 있는 대북 제재보고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외교부는 이날 임수석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체제)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안보리 표결에서 나타난 대다수 이사국의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하도록 기존의 안보리 대북 제재 레짐을 굳건히 유지한 가운데, 이의 엄격한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