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 위원장이었던 김병기(서울 동작갑) 의원이 총선 출마를 원하는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뒤 수개월 뒤 돌려줘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증위는 총선 예비후보자의 폭력·학대·부정부패·민생 범죄 등을 기준으로 출마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조직이다.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출마 자체가 막히는데, 이런 핵심 업무를 관할하는 친명계 실세가 대가성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의혹을 폭로한 건 최근 탈당을 선언한 이수진(동작을) 의원이다. 이 의원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전략 지역구’ 지정으로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된 뒤 탈당하고,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지도부의 각종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측근들 비리와 불공정에 대해 증거까지 전달하면서 충언했다”며 “지역구에 현역인 저를 뺀 여론조사가 계속 돌았고,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하면 선거 진다’고 비판했지만 지도부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컷오프를 당했다”고 했다.
이 의원 주장에 따르면, 동작 지역 예비후보로 출마를 준비하던 원외 인사 가운데 2명이 ‘검증위원장인 김병기 의원에게 돈을 줬고, 약 6개월 뒤 돌려받았다’는 내용의 자필 진술서를 작성해 이 의원을 찾아왔다. 이들은 심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진술서를 이재명 대표에 전달하기 원했으나 실패했고, 이를 이 의원이 건네받아 이 대표 측에 보냈다. 진술서는 당 대표실에서 윤리감찰단을 거쳐 다시 검증위로 전달됐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그는 “돈을 줬다는 사람이 진술서를 써왔으니 신빙성 있는 것 아니냐. 이걸 묻어둘 수는 없으니 당 대표실에 넘겼는데 그 진술서가 (김병기 의원) 본인한테 다시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떻게 됐겠느냐”며 “그분이 공관위 간사 아닌가”라고 했다. 김 의원의 위법 행위를 당에 전달했지만 당이 이러한 문제를 묵살했고, ‘공천 핵심’ 인사인 김 의원으로부터 보복성 컷오프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제가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다. 그 진술서를 저희 보좌관도 봤고, 가지고 온 세 분이 다 봤고, 당 대표실 보좌관도 봤다”고 했다. 또 “이렇게 부조리하고 비리가 많은데 그걸 감춰버리고, 약자를 위해서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을 내치는 정당과 지도부와는 같이할 수 없다”며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라 제가 탈당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에도 CBS 유튜브 방송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동작갑 국회의원’ ‘민주당 후보자 검증위원장’ ‘공관위 간사’를 언급했다. 김 의원은 동작갑 재선 의원으로 현재 당 공관위 간사를 맡고 있다. 다만 김 의원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도부 역시 이 문제를 공식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컷오프 당해 탈당한 분이 모함하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며 “최고위에서도 특별히 대응하거나 언급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