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예고한 것에 대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의료 인력 부족으로 국민들께서 단순히 불편을 겪는 수준을 넘어 수시로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받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며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 런’, 수도권 원정 진료는 모두 의사 부족으로 인해 필수·지역 의료가 붕괴해 발생한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께서 감당하고 계시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국민들께서 겪게 되실 생명과 건강상의 위협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의대 입학 정원은 1998년 증원 이후 27년간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의약분업으로 정원을 줄인 후 지난 2006년부터 19년간 감소한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6일 의료계와 환자·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이들이 의사가 되는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의사를 1만 명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물론 의대 정원 증원이 모든 난제를 푸는 해법일 수는 없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 지역 간 의료 격차 등과 같은 문제는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하여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 마련한 ‘4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 인력 확충뿐 아니라 지역 의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필수 의료 분야 의사들의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필수 의료 분야에서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등의 폭넓은 의료계 지원책이 망라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은 이런 큰 그림의 한 부분이지, 의사에게 모든 짐을 지우려는 단견의 소산이 아님을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 “분명한 것은, 절대적인 의사 수 확충 없이는 현재 의료 체계로 생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자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 단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2일 밤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는 오는 15일 전국 각지에서 ‘의대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와 시·도의사회 회장단 연석회의를 열어 집단행동의 방식과 시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만간 의료계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정부는 오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해 나가겠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도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부의 계획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