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공천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 수장과 당 대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거물급 인사를 ‘한강벨트’(한강 인접지역)에 투입해 수도권 선거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이다. 이미 당 차원의 적합도 조사가 여러 곳에서 이뤄졌고,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선 구체적인 지역도 거론됐다. 다만 추 전 장관에 대한 당내 평가가 크게 갈려 내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1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추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전제로 후보 적합도 등 여론조사를 실시한 곳은 총 4곳이다. 여야 성적을 판가름할 서울 49석 중에서도 한강에 맞닿은 용산, 성동, 동작, 송파 행정구 소재 지역구다. 추 전 장관이 5선을 지낸 광진(을)까지 합하면, 서울 판세를 가를 핵심 승부처 전 지역에 ‘추미애 카드’를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수진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동작을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용산에 추 전 장관을 후보로 넣어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당은 추 장관에 대한 조사 시행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늦어도 내달 초 전략공천을 확정하기 위해 지역별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확인 중이라고 당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도 YTN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을 비롯해 우리당에 훌륭한 자원들이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동작을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나경원 대항마’로 판사 출신 이 의원을 전략공천한 지역이다. 당시에도 전략공관위가 중·성동을과 동작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고려한 결과, 당 지도부와 조율해 영입 인재인 그를 동작을에 최종 투입했었다. 이번 선거도 나 전 의원이 지역구 탈환을 내걸고 여당 후보로 출마했다. 선거 때마다 특정 진영에 표가 몰리지 않고, 보수·진보 정당의 승패가 종종 뒤바뀌었다.
특히 진보 진영의 거물인 고(故)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 정동영·정몽준·김한길 전 의원 등 스타급 인사들이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대중적 인지도와 후보 개인의 역량 외 지역적 연고도 요구되는 험지로 꼽히는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량감 있는 유명 정치인들이 지역 연고도 없이 왔다가 종종 낙선한 걸 보면이 지역이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 알 것”이라며 “추미애 이름 석자에 기댈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스윙보터서 리스크만 커져” “李 원내기반 넓힐 카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송파갑에 추 전 장관을 전략공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곳엔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검사 출신인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출마했다. 민주당이 추 전 장관을 내보내면, 지난 대선 전 맞붙었던 ‘추-윤 갈등’ 대리전이 성사되는 셈이다. 용산에선 추 전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 강태웅 민주당 용산지역위원장의 적합도 조사를 돌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빠진 중·성동구갑도 후보군이다. 전직 성동 국회의원이자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주자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대결 구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을 내걸고 윤 전 의원을 직접 소개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당 친명(親이재명)계가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면서, 임 전 실장 대신 추 전 장관을 전진배치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추미애 카드’가 독이 될 거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추 전 장관에 달린 꼬리표 때문이다.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하는 과정에서 ‘보수 간판 스타, 대권 주자 윤석열’을 만들었다는 책임론이다. 반면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노영민 비서실장이 윤 총장을 발탁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가 모인 한강벨트에 부적합한 올드보이란 분석도 있다. 여러 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인 데다 최근엔 ‘친명’을 자처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본인이 대구에 출마한다면 모든 논란이 사라지고 인정 받을 것”이라며 “부동산, 경제 성장 등 민주당의 약점을 보완할 인물을 배치해도 모자랄 판에 추미애 등판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했다. 다만 원내 세력이 약한 이재명 대표가 지역구부터 비례까지 최대한 원내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추미애 카드’를 고심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추미애는 이재명이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 주군이었던 문재인을 공격했듯 이재명에도 언제든 등을 돌리고 공격할 거란 불안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재명 대표로선 지역구부터 비례까지 자신이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우군을 심고 싶어할 텐데, 그런 면에서 추미애 카드를 계속 고민하지만 선뜻 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