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여야의 중량급 후보자들이 서울 중·성동구로 모이고 있다. 중·성동갑의 경우 3선 중진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초을로 지역을 바꾸면서 ‘빈집’이 된 데다, 지난 총선 당시 초선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초접전 끝에 당선된 중·성동을도 여권에서 탈환이 가능할 거란 기대가 높아져서다.
중·성동갑에는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과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도전 의사를 밝혔다.
중·성동을에는 4선에 도전하는 하태경 의원부터 여권의 대표적 경제통인 이혜훈 전 의원, 민주당에선 86 운동권 그룹 대표 주자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중량감 있는 원내외 인사들이 속속 출사표를 냈다.
부산 해운대구를 떠나 험지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에서 ‘수도권 인물난’을 고려해 지역구를 조정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며 중구·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은 “당에서 (한강과 맞닿은) ‘한강 벨트’가 전략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중구·성동을이 한강 벨트 중심지에 있기 때문에 거기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당 지도부에 제 의사를 선명하게 말했다”며 “(지도부에서) 2차 조정 이야기는 없었다. 제가 뛰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3선 출신 이혜훈 전 의원에 이어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를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만 하태경·이혜훈·이영 간 3파전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하 의원은 이 전 장관의 중구·성동을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당에 중구·성동을 출마 의사를 표시할 때 내정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답을 명확히 들었다”고 했다.
이 전 장관도 같은 날 중·성동을 출마를 선언하고 선언문에서 “지역별 맞춤형 발전 전략과 10년, 30년을 내다보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평생 소상공인으로 사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 제 손으로 창업한 기술 벤처기업을 20년간 경영한 기업인”이라며 “‘이론 경제통’으로는 안 된다. ‘실물 경제 해결사’가 강남에서 기업과 사람이 이사 오고 싶은 중·성동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론 경제통’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성동갑에선 ‘경제통 대 86운동권’ 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 윤희숙 전 의원이 전날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자 전국대학생연합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86그룹 대표 주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일찍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은 현역이 불출마하는 이 지역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했는데, 현재 민주당 예비후보 중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은 임 전 실장이 전부다.
◇여야 번갈아 당선…중도층 표심이 최대 변수
성동구는 수도권에서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 벨트’ 중 한 곳이다. 단일 선거구였던 성동구가 갑·을로 분구된 건 2004년 17대 총선부터다. 당시 성동갑과 성동을 모두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최재천 후보, 임종석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반면 4년 뒤 18대 총선은 두 지역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진수희·김동성 후보가 나란히 이겼고, 2012년 19대 때는 또다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최재천·홍익표 후보가 두 지역을 탈환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인구가 미달한 중구와 통합돼 중·성동갑, 중·성동을로 나뉘게 됐다. 중·성동갑의 경우, 이때부터 홍 원내대표가 내리 당선돼 최근에는 국민의힘 험지로 분류됐다. 중·성동을은 20대 때 지상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21대 때는 박성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구 조정 후 여야가 한 번씩 득점한 셈이다.
동일 선거구로 묶인 중구도 마찬가지다. 성동구와 통합 전인 18대 총선에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대 총선에선 정호준 전 민주당 의원이 번갈아 이겼다. 민주당 현역들의 대항마로 나선 여당 후보 다수가 비윤(非윤석열)계인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도층 민심을 공략하려면 국민의힘 내에서도 합리적 이미지의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