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까지 77일을 앞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강대강 대치 상황이 일단 소강 상태에 들어왔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유리하지 않다는 전망이 중론인 가운데 정부·여당의 수장 간 갈등부터 우선 봉합한 모양새다.
여권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정치인 한동훈'이 윤 대통령과의 충돌로 당정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고 당 쇄신을 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반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정면 충돌이 본격적인 공천을 앞두고 권력 다툼에 들어간 것으로 오히려 당의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한 갈등' 봉합에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대립으로 '당정이 혼란스럽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본격적인 총선 시작 전에 끊어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 온 뒤 땅 굳는다'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상황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어제(23일) 기차를 같이 타고 올라오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많이 한 걸로 안다. 한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젠 용산(대통령실)의 전향적 조치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그간 하지 못하고 미뤄왔던 당 쇄신의 기회가 왔다고 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당정 관계 재정립은 국민의힘에 핵심 과제로 다가왔다. 특히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당정 관계 재정립을 포함한 당 쇄신이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이는 한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과제로 평가됐다. 윤 대통령과의 '20년 인연'을 이어온 한 위원장은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윤 정부와 더욱 밀착한 당정 관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의 행보는 기존의 당정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그는 보수당 최초로 '시스템 공천'을 도입하겠다고 했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등 5대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논란 해결법을 놓고 대통령실과 대치 상황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이를 '정치 공작'을 규정한 것과 별개로,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직접 언급하는 등 해결법에서 차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오후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된 현장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의 서천 회동은) 다 함께 좋은 정답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라며 "앞으로 더 튼튼하고 건강한 (당정) 관계가 잘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당을 이끈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그는 '명분'과 '국민 눈높이'를 가장 최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20년 인연과 검사 출신인 것을 생각하면 윤 대통령과 무조건 궤를 같이 하지 않을까 했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정부에 말하고 속얘기를 터놓고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건강한 당정 관계가 구성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선거를 77일 앞두고 대통령과 당 수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권력 다툼으로 비쳐져 오히려 '정치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격적인 공천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여 국민 표심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건설적인 내용을 놓고 당정을 대표하는 수장들이 이견을 보였다거나 토론을 했다고 하기엔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여사 논란이 국민 정서상 그리 탐탁지 않아 보였을 것"이라며 "국민이 보기엔 정부·여당은 같은 팀 아닌가. '팀킬'로 보이는 것 만큼 꼴 사나운 건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총선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여야 정쟁으로 이미 '싸움'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당 내홍이나 당정 다툼은 국민에게 피로감만 더해 줄 뿐, 긍정적인 효과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일단락이 당정 관계 재정립을 포함한 당 쇄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거라고 본다. 다만 총선 정국에서 당이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여건 구축과 당정 간 유연한 소통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총선에서 이기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지는 순간 이들의 정치적 생명은 끝난다"며 "총선 정국에 한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윤석열 심판론'을 무뎌지게 하고, 당정 간 '수평적 관계'로 외연 확장이나 중도층에 어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정치평론가는 "공천 과정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이번처럼 갈등 행태로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당무개입은 최소화하되, 한 위원장도 대통령실과 물밑 대화를 하거나 공적인 의견 교환을 제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갈등 봉합을 통해서 한 위원장이 주도권을 갖게 됐다. '윤석열 아바타'라는 평가와 달리 본인 소신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좋아진 여론이 그 방증"이라며 "총선 정국에서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야당에서 하지 못한 '쇄신' 경쟁에서 더 성과를 보여 국민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준석 전 대표 때처럼 갈등과 봉합을 계속 반복하다가 틀어지는 경우가 될지 아니면 '미래 권력'에게 윤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면서 더 단단한 관계로 나아가는 경우가 될지 갈림길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그 갈림길 중 어디로 가는지 지켜봐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