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여야 합의 처리 시한인 오는 20일 이후 ‘야당 수정안(案)’ 단독 처리를 예고했다. 야당은 정부 특수활동비를 깎아 R&D(연구개발)·새만금 예산을 증액하자는 입장인데,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특활비 등 감액안만 반영해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정부·여당과 합의 없이 예산안을 처리하는 건 헌정 사상 최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오늘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지켜보겠다”면서도 “모든 것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을 경우 (야당 단독)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이 유력한 수단 중 하나로 최고위 회의에서 검토됐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 법안과 국정조사 계획안을 올리려면, 일정을 고려해 예산안 단독 처리도 불사한다는 뜻이다.
헌법상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 예산안을 증액할 수 없다. 국회 차원에선 감액만 가능하다. 따라서 원내 제1당(167석)이자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여당을 통해 정부의 R&D·새만금 예산 증액을 요구하되 ▲협상이 결렬되면 증액안을 제외하고 특활비만 감액한 민주당표 수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선 여당의 R&D 예산 증액 협조를 압박하는 발언이 거듭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권력기관 특활비나 대통령 해외순방비 등 불요불급예산을 줄여서라도 R&D 투자에 나서는 게 정부 책임”이라며 “국가의 발등을 찍고 경쟁국가만 박수 칠 R&D 삭감 집착을 당장버려야 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R&D 예산 증액 수정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예산안은 이미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보름 이상 넘겼다. 양당 원내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2+2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 핵심은 총예산 656조9000억원 가운데 여야 합의가 안 된 56조9000억원 부분으로, 주로 특활비·R&D·새만금 예산이다.
이번 주 경제부총리 등 장관 후보자 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예산안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 야당은 검사 출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내정자 전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확정한 상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하나같이 부적격자만 보내놓고 인사청문회를 하라고 하니 상당히 고통스럽다”고 했고, 박찬대 최고위원도 “.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지 의문이란 말도 지겹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처리가 안 될 경우, 여야가 합의한 28일 본회의도 차선책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악의 지각 처리’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해에는 12월 24일 예산안을 처리해 역대 가장 늦은 기록을 세웠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절충해 20일에 합의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