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22대 총선을 4개월 앞둔 15일 사퇴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노무현의 남자’로 불린 이 사무총장은 4선 당선을 목표로 내년 선거에서 서울 종로 등 출마를 검토 중이다. 그는 17·18·21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차 의원직을 사퇴했다가 낙선했다. 같은 해 7월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이 사무총장은 “국회의장께 사의를 표했다”며 “출마 관련 입장은 공직을 떠난 후 밝히겠다”고 했다.
5선을 지낸 이종걸 전 원내대표도 같은 날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종로구 통인동에서 출정식을 열고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해낼 사람, 정치 1번지 종로를 새롭게 바꿀 이종걸을 지지해달라”고 했다. 문재인 당대표 때 원내사령탑을 지낸 그는 비문(非문재인)계 대표적 인사로 문재인 대표와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대립했던 인물이다.
◇후배 지역구에 도전장 다시 내는 중진들
민주당에선 이렇듯 다선 의원을 지낸 ‘옛 정치인’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 2년차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0%대에 불과한데도 야당은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다. 그만큼 제1야당인 민주당과 현역 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의미다. 당대표의 ‘재판 리스크’와 ‘신당 창당설’ 등으로 리더십도 불안하다. 이렇게 현역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같은 당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도전하는 ‘올드보이’가 많다.
안양동안갑에선 6선을 지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의 출마설이 회자된다. 이 지역 현역은 민주당 소속 민병덕 의원이다. 21대 총선 때 이 전 부의장을 경선에서 꺾고 당선된 변호사 출신 초선 의원이다. 신계륜 전 의원도 현역 기동민 의원 지역구인 성북을에서 5선을 노린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은 동작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친명계 인사인 재선 김병기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다.
신 전 의원은 2017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서종예)가 교명에서 ‘직업’을 빼고 ‘실용’을 넣을 수 있도록 법을 바꿔주고 이사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전 전 의원도 대기업에 e스포츠협회 후원을 종용한 혐의로 기소,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이들 모두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민주당은 올해 4월 두 전직 의원의 복당을 허용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1대 국회가 역대 ‘최약체’ 국회라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당과 현역 의원의 존재감, 신뢰도가 높으면 ‘올드보이 귀환은 추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며 “많은 현역들이 그럴 정도의 존재감을 못 가지고 있으니 오래된 사람들이 또 나올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후진적 정치·당론 강요”… 4년 전 인재들은 출마 포기
거꾸로 초선 의원들은 줄줄이 출마를 포기하고 있다. 당과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표한 의원도 있었다. 금융·거시경제 전문가인 홍성국 의원과 판사 출신 소장파 이탄희 의원은 지난 13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이 낸 입장문에는 “객관적 주장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한다” “후진적 정치구조에선 소신껏 성과를 내기 어렵다” “다 내려놓을테니 선거법 약속만은 지켜달라”는 호소가 담겼다. 소방관 출신 오영환·교사 출신 강민정 의원도 불출마한다. 모두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삼고초려해 인재로 영입했던 초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