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영입한 이탄희·홍성국 의원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후진적인 정치구조의 한계”와 “객관적 주장마저 폄하하는” 당에서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이유다. 각각 ‘사법의 정치화’를 막자며 당에 들어온 전직 판사이자,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사장 출신의 금융·거시경제 전문가인 초선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엔 민주당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여당 쇄신 바람에 이은 비주류의 불출마로 이재명 체제에 대한 쇄신 요구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은숙 최고위원이 13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홍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보다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국가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또 “사회는 계속 가는데 정치는 관성적으로 과거 트랙을 따라가며 둘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다”며 “저같이 민간 부분에 오래 있던 사람은 심정적으로 적응이 어려웠다. 예측 가능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민간 부분과 정치 관련 부분들은 많이 달랐다”고도 했다. 과거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경제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지난 대선 경선 때도 이낙연 캠프에서 경제분야를 총괄했었다.

이 의원도 같은 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기득권 유지 목적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지 말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이 의원은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선거법만 지켜달라. 거대 양당은 선거제 퇴행 논의, 양당 카르텔법 도입 논의를 멈추라”고 했다. 앞서 현 지역구(경기 용인정) 대신 당이 정한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도부의 변화가 보이지 않자 아예 출마 기회를 내려놓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왼쪽), 홍성국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167명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은 이들까지 총 6명이다. 중진 그룹에선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과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대표 주자인 우상호 의원이 있다. 초선 오영환 의원과 비례대표 강민정 의원도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중 ‘친명 주류’로 분류되는 인물은 없다. 서울 중구·성동구갑 3선인 홍익표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에 민주당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나가겠다고 밝힌 정도다. 원외에선 오히려 당대표·장관 등을 지낸 원로들이 ‘친명’을 자처하며 출마 채비 중이다.

여당 내 쇄신 바람도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부산 3선 장제원 의원은 전날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김기현 대표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이틀째 잠행 중이다. 총선 불출마 또는 대표직 사퇴 등 어떤 식이든 ‘인적 쇄신’에 동참하기 위해 결단을 고심 중이라고 한다. 늦어도 당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14일에는 거취를 확실히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도부는 이날 부산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비공개 석상에서도 이와 관련한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의힘 내 불출마 등 인적 쇄신 움직임에 대해 “여당 내 상황인데 우리당이 회의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민주당 의원 불출마 등)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저쪽(여당)은 등 떠밀리든 출근을 안하든 어쨌든 물갈이로 시끄러운데 민주당은 나가야 될 사람은 가만히 있고, 애먼 사람들만 불출마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