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5일 내년 22대 총선에서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 초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서울 노원과 경기 부천, 경기 안산 등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의 지역구가 합구(合區)되면서 의석수가 줄어드는데 현역 의원들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김영배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10일 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 초안에 따르면 합구되는 선거구는 6곳, 분구되는 선거구는 6곳이며, 구역 조정이 필요한 곳은 5곳이다. 이중 서울과 전북 의석수는 각각 하나씩 줄어들고, 인천과 경기 의석수는 각각 하나씩 늘어났다.

특히 합구되는 선거구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서울 노원, 경기 부천, 경기 안산 등의 지역구가 합구되는데 현재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가 합쳐지는 곳도 있어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 노원갑·을·병 세 지역구는 노원갑·을 두 곳으로 줄어든다. 현재 민주당 소속의 고용진 의원이 노원갑, 우원식 의원이 노원을, 김성환 의원이 노원병을 차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출신 현역들이 있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갑·을(민주당 전해철·김철민)과 안산시 단원구갑·을(민주당 고영인·무소속 김남국) 등 네 지역구는 안산시갑·을·병 세 곳으로 통합된다. 코인 논란이 불거진 김남국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또 민주당 텃밭인 경기 부천시갑·을·병·정(민주당 김경협·설훈·김상희·서영석)도 부천시갑·을·병으로 축소돼 지역구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산 남구갑·을은 여당과 야당 현역 의원이 있는 곳인데(국민의힘 박수영·민주당 박재호) 부산 남구 한 곳으로 통합된다. 지역구가 공중분해될 위험에 처한 곳도 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영암·무안·신안은 획정안 초안에서 3조각으로 나뉘어 인근 지역구인 해남·영암·완도·진도, 나주·화순·무안, 목포·신안 등에 포함된다.

그래픽=손민균

당장 지역구 영향을 받게 돼 반발에 나선 의원들도 있다. 획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공중분해 위험에 처한 서 의원은 “인구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6개 시·군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되는 참담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인구감소로 농업, 농촌, 농민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농어촌 붕괴와 지역 소멸의 극복은커녕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양주시를 지역구로 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탁상공론식으로 제멋대로 획정한 안은 수용하기 어렵고 재조정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 의원의 지역구인 양주시는 동두천연천(국민의힘 김성원)과 포천가평(국민의힘 최춘식)과 조정돼 다음 총선에서 동두천양주갑, 을, 포천연천가평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동두천·연천 국회의원으로 3선 도전에 나서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유권자들에게 “동두천·연천이 다른 선거구로 나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북 전주병 출마 의지를 보이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전라, 경상, 충청, 강원도 모두 인구는 같이 줄었는데 국회 의석은 전북만 1석 줄었다”며 “최근 전북은 대한민국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했고 날벼락에 가까운 충격적인 획정안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북 의석수가 줄어든 것에 반발한 것이다.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획정안 초안을 두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획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정개특위는 한 차례 획정위에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여야 이견 차가 극명해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견만 반영된 편파적인 안”이라고 강력 반발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정당별 유불리가 개입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획정위가 민주당 강세 지역인 경기 부천시와 전북 등의 지역에서는 의석수를 줄이고 서울 강남구와 대구 달서구 등 국민의힘 강세 지역은 손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구·합구된 선거구에 대해 재획정을 논의할 것”이라며 “경기 부천 지역구가 난데없이 축소됐고 전북이 1석 축소됐기 때문에 이 안은 도저히 수용불가하단 입장이 확고하다”고 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획정안에 대해서 특정 정당의 유불리 문제 가지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구 상한 기준 등으로 합리적으로 책정한 것이니 큰틀에서 합의해야 한다. 어느 지역을 다시 줄일지 등의 부분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