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총선에 ‘종로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들이 거론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종로 현역인 최재형 의원, ‘중진 험지 출마론’을 쏘아 올린 하태경 의원이 언급된다. 야권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는 총선 때마다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하는 상징성이 높은 지역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이기도 하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종로는 서울의 중심이자 청와대가 자리 잡은 지역구다. 특히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민주화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후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에서 종로에서 4선을 한 이종찬 전 의원,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실시된 종로 보궐선거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민주화 전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총선마다 종로에는 각 당에서 대권 주자급 거물들이 출마한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대표적이다. 정 전 의장은 야당 텃밭이자 본인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내리 4선을 했다. 이후 19대 총선 때부터 종로로 지역구를 옮겼는데 홍사덕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19대),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20대) 등 보수계 거물급 후보를 연이어 꺾었다. 중진이 지역구를 옮겨 성공한 유일한 사례로도 꼽힌다.
정 전 의장은 이후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21대 총선 때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대표 간 맞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출마하는 지역구인 만큼, 내년 총선을 약 4개월 앞두고 종로 출마설이 나오는 양당 인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린다.
우선 국민의힘에서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부산 3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해운대갑)이 최근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 의원은 “수도권 총선 승리의 제1조건이 바로 종로 사수”라며 “종로 출마 결심한 것도 저부터 기준을 잡고 제 몸으로 우리 당 수도권 선거 대책을 보여줘야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같은 당의 현역 의원이 있는 이곳이 과연 험지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종로 현역으로 있는 최재형 의원도 지역구 사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나와도 내가 종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저 이상 종로를 지킬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종로 출마설도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종로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21대 총선에서 종로에서 당선된 바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지난 2019년 종로구 평창동에 이사를 가며 종로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최근 총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종로는 여야 지지세가 뚜렷한 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총선에서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대 이후부터 연거푸 민주당이 종로에서 계속 승리를 거둔 만큼, 여당에는 험지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16대부터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을 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종로의 경우 특히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의 성격이 강한 지역구”라며 “종로 유권자들은 여야 중 한 곳에 표를 계속 몰아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자체가 여당에 험지지만 여야가 선거 구도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가진 종로도 합구(合區) 가능성이 제기된다. 종로 인근에 위치한 중구 인구가 12만317명으로 하한 인구수(13만5521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종로구(인구수 14만1223명)와 병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종로구와 중구를 합치더라도 인구 상한선(27만1042명)에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