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 개회를 두고 극한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섭·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도 안 됐는데 이틀 연속 본회의를 열 명분이 없다”며 맞섰다. 이동관 위원장은 야당이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전초기지’로 꼽는 방통위 수장이고, 이정섭 차장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이 위원장과 이정섭·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탄핵안을 발의했는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철회하면서 본회의 표결 무산이 예상되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야당이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려면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이틀 연달아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본회의는 정기국회 개원과 함께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일정”이라며 “약속은 약속대로 지켜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본회의와 관련해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을 예산안과 연계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YTN라디오에서 “내일과 모레 이틀 본회의를 잡은 것은 관례적으로 예산 심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법정 기한 직전에 예산 협상 과정이 마무리가 되면 그중에 하루를 잡아서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날짜”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예산안과 탄핵안을 연계시키지 말라는 것이 여당 입장이냐‘고 묻자 “예산안만 협상이 되면 내일이든 언제든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이 지금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았으면서 무리하게 탄핵안을 추진하기 위해 내일 본회의를 여는 것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하루빨리 예산안 합의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구속력도 없는 본회의 날짜를 빌미로 죄 없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총선을 겨냥한 정쟁의 유발이자 전대미문의 의회 폭거”라고 했다. 특히 “탄핵안 처리만을 위해 본회의를 이틀이나 여는 건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탄핵 중독’ 편을 들어주는 처사”라고 했다.
관건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요구대로 이틀 연속 본회의를 열어줄지 여부다. 의장실 관계자는 조선비즈에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고만 했다.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으며 예산안 처리도 위태롭게 됐다. 법정 시한인 다음 달 2일을 넘길 가능성도 커졌다. 국회는 이날까지도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 국회법상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그다음 날인 12월 1일 정부 예산안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 안건을 올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도 파행됐다. 국회법에 따라,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와 의결을 거친 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다. 법사위는 이날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요구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한 건의 법안 처리도 하지 못하고 24분 만에 산회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여당이 탄핵안 처리를 막기 위해 법사위마저 파행시키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법사위에 350여 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고 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민생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법사위 무산은 탄핵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민주당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