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중진·친윤 의원의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혁신안’으로 의결해 당 최고위원회로 송부하겠다고 한 날까지 단 하루가 남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여전히 거취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대표의 답변 ‘타이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오는 30일 회의를 통해 권고안을 의결해 최고위원회에 송부할 계획이다. 권고안이라는 이유로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 입장을 정하지 않자, 혁신위는 지난 23일 ‘권고’보다 강력한 형태인 ‘안건’으로 최고위원회에 의결을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했다. 김 대표가 전권을 부여한 혁신위인 만큼, 의결된 혁신안은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혁신위의 권고안에 대한 김 대표의 결단과는 별개로 김 대표 체제 지도부는 유지해야 한다는 게 당의 중론이다. 다만 혁신위가 ‘입장 표명을 기다리겠다’고 전한 만큼, 그에 대한 답은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거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총선까지 얼마나 남았다고 간신히 안정된 지도부 체제를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꾸겠나”라면서 “다만 본인이 띄운 혁신위인 만큼 그들의 요구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 정도의 의견은 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기다. 영남권 중진인 한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만약 혁신위의 권고안을 받을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발표하고 나서 하루 이틀 뒤에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정확히 했어야 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김 대표가 혁신위의 압박을 못 이겨서 수용했다는 식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으로서도, 집권당 대표로서도 자존심을 못 지키고 모양만 빠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가 조만간 혁신위가 내건 ‘당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의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에 대해 입장은 밝힐 것이라고 전망한다. 본인의 자존심과 권위도 챙길 수 있으면서, 혁신안까지 수용하는 등 ‘당 쇄신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약속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혁신위원장이 하라고 해서 하는 식의 수용은 4선의 국회의원에게, 그것도 집권당 대표에게는 자존심 문제로 다가올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이 장고(長考)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김 대표가 혁신안을 보고받고 이후에 내부적인 논의를 거치겠다, 혹은 곧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하니 거기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식의 말 정도는 지금이라도 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혁신안을 지금 김기현 지도부 체제 안에서는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신 ‘혁신위에서 요청한 혁신안들을 잘 모아 공관위에 넘겨 계속해서 잘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갈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혁신위가 김 대표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던 건 ‘영남 중진 희생의 마중물’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 대표의 거취 표명 이후에 장제원·권성동 등 핵심 인사들의 입장도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곧 김 대표의 판단이 설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