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親이재명)계의 ‘비명 지역구 출마’가 공천 갈등의 핵으로 부상했다. 원외 강성 친명 인사들이 “수박(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 씨를 말리겠다”며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 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중진 조정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총선기획단을 꾸리면서 ‘공천 학살’ 우려는 더 커졌다.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약속했지만, 실제 인선은 이러한 논란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날 22대 총선기획단을 구성하고 조 사무총장과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을 각각 단장, 간사로 선임했다. 발표된 명단은 총 13명으로, 추후 2명을 추가 선임키로 했다. 그 외 현역의원에는 정태호 민주연구원장과 김성주 정책위수석부의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한준호 홍보위원장, 이재정 전국여성위원장, 전용기 전국청년위원장, 신현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신 의원 외에는 모두 이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고 있다.
발표 직후 비명계에선 ‘친명 일색’이라는 말이 나왔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총선기획단이 아니라 ‘친명기획단’이라는 이름이 맞는다”며 “이재명 대표는 총선기획단 인선을 보고도 ‘통합’이라고 말할 수 있나. 친명계 사당화가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가”라고 적었다.
수도권 비명계 중진 의원은 “최소한 ‘통합’을 말하려면 조정식 사무총장, 정성호 의원 등 자기 사람은 본보기로 잘라내든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또 “동료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살해 협박까지 받는데 당대표는 ‘나도 문자 폭탄 받았다’ 이런 소리만 하고 앉아있지 않나. 이재명은 절대 안 변하다”고 했다.
원외 인사 구성도 구설에 올랐다. 여성·청년 몫으로 기획단에 들어온 장윤미·장현주 변호사는 친명계 방송인 김어준씨 등의 유뷰트 방송에 출연했던 이들이다. 최택용 부산 기장군 지역위원장도 지난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와 관련해 ‘가결파 징계’를 요구했었다.
이번 기획단 구성은 최근 최고위원 인선과 맞물려 ‘자객 공천설’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가 원외 친명계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는데, 박 최고위원은 친이낙연계인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 후 “당대표를 검찰 정권에 밀어 넣은 자들을 국민의 대표로 세울 수 없다”고 했던 인물이다.
실제 총선은 5개월 여 앞두고, 비명계 현역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원외 친명 인사들은 두자릿수로 늘었다.
당장 이원욱 의원(경기 화성을) 지역구는 이 대표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낸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점’을 찍어 뒀다. 그는 ‘이재명 대표 특별보좌역’ 직함을 내세워 이 의원을 연일 저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단식으로 입원 중인 이 대표 병원을 찾아가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강위원 사무총장도 ‘이재명 특보’ 자리를 받아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다. 이 대표에 ‘쓴소리’를 해오다 체포동의안 사태 때 사퇴한 송갑석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다. 이 대표 체제에서 당 대변인을 지낸 황명선 전 논산시장은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구, 전해철 의원을 “수박의 뿌리”라고 공개 비난했던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전 의원 지역구인 안산 상록갑을 노린다.
혁신회의에서 ‘출당’을 요구했던 5선의 설훈(경기 부천을),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 지역구에도 각각 원외 친명계인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친낙계 인사인 윤영찬 의원(경기 성남중원) 지역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재명 변호사’를 자처하며 표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