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직후 국회상임위원장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정부의 국정 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에 대해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사당 접견실에서 진행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회는 오늘로 3번째 왔지만, 우리 상임위원장들과 다 같이 있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말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단 회동 논의가 정국 급랭으로 무산된 지 5개월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포함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또 장제원 과방위원장, 이상헌 문체위원장, 박정 환노위원장, 서삼석 예결위원장, 권인숙 여가위원장, 신동근 복지위원장, 김교흥 행안위원장, 김철민 교육위원장, 김도읍 법사위원장, 백혜련 정무위원장, 김태호 외통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원장, 김민기 국토위원장, 박덕흠 정보위원장, 이재정 산자위원장, 한기호 국방위원장, 김상훈 기재위원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

김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회와 정부가 손을 잡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며 “그래야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간담회가 우리 국민에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뜻깊은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며 “’통즉불통’이라는 말이 있다. 소통하면 국민이 아프지 않게 된다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오늘 만남을 계기로 여야 사이 정치가 복원되고 협치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지금 국민은 여야가 분열의 정치에서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우리 야당에 섭섭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 야당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는 문제와 야당과 협치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아쉬움이 큰 부분도 있다”며 윤 대통령의 연이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야당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깊이 인정하고 실천하겠다”며 “여야가 지금까지는 오월동주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가는 동주공제의 관계를 이루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홍 원내대표의 ‘국가가 버팀목이 돼 달라’는 발언에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게 야당과 상당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 부분도 대통령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을 좀 위로할 수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국가 재정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등 유가족과 희생자와의 만남도 요청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윤 대통령과 국회상임위원장들은 오찬을 진행했다. 오찬 음식은 진관사 스님들이 준비한 ‘오색 두부탕’과 뿌리채소 중심의 밥상으로 차려졌다. 김 의장은 이날 오찬 상차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진관사 스님께서 말씀해주시기를 화합과 소통의 염원이 담긴 상생의 밥상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오찬 모두발언에서 “전 세계적인 경제·안보, 그리고 국민들의 민생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초당적이고 거국적으로 힘을 합쳐 국민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