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 중에는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글로벌 통화 긴축 장기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2023년 국정감사 업무현황 자료./한국행 제공

한은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업무 현황 보고에서 “국내 경기는 소비회복세가 다소 약한 모습이나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경제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와 농산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 3.7%까지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경기는 소비회복세가 다소 약한 모습이지만, 수출 부진이 완화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 중국경제 향방, 글로벌 금융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대내외 리스크의 전개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사우디·러시아의 감산 연장,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둔화 우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3분기 중 30% 정도 가파르게 상승했던 유가는 10월 들어 상당폭 하락하다가 최근 중동사태로 상방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

한은은 “중동사태가 조기 완화될 경우 유가는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확산할 경우 원유공급 차질이 심화하면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경우 국내외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해선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2분기 이후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 9월 들어서는 반도체 가격도 소폭 반등했다.

최근 반도체 경기 개선에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호조를 보이는 데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의 감산 효과에 기인한다. PC, 스마트폰 등 전통적 IT 수요는 회복이 더디지만, 챗GPT 등 AI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한은은 “주요 반도체 전망 기관들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올해 4분기경 회복 국면에 진입한 후 내년 중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간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던 반도체 재고도 수급 여건 개선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경 조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