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간 ‘미 전략자산 전개 하 연합훈련’ 7개가 규모가 줄었거나 사라진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북한이 비핵화를 담보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청했고, 문재인 정부가 이를 따른 결과다.

맥스 선더(Max Thunder)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등 한미연합공군훈련 2개는 훈련에 투입된 전투기의 규모가 축소됐다.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키 리졸브(Key Resolve)·독수리 훈련(FE), 한·미·일 대잠전 훈련, 항모강습단 훈련 등 5개는 폐지됐다. 정부 출범 후 미 전략자산 전개 하 연합훈련만 1년새 15번 추진한 윤석열 정부와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미 전략자산 전개 하 연합훈련’은 미 전략자산이 함께 참여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의미하는 군 공식 용어다. 미 전략자산은 동맹국에 핵 확장억제력을 제공하는 무기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B-2, B-52), 전략핵잠수함(SSBN) 등 핵 관련 무기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패트리엇, SM-3(미 해군 이지스함 탑재 요격 미사일) 등이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조선DB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각 연도별 실시한 한미연합연습 중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8월에 시행한 UFG(한반도 우발적 전시 상황을 가정해 매년 8월 시행한 한미 합동 군사연습) 훈련은 다음 해에 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 이행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을 위한 유예’라는 게 국방부의 당시 설명이었다. 이후 UFG는 2019년 정부 주관인 을지연습과 한국군 단독 훈련인 태극연습을 통합한 ‘을지태극연습’이 실시되면서 아예 폐지됐다.

2018년 하반기 훈련인 UFG 훈련이 없어지자, 2019년 상반기 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도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19-1 동맹연습’ 혹은 ‘전·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연합훈련이 자리했다. 이는 기존에 진행된 야외 실기동훈련을 모두 워(war·전쟁) 게임 등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훈련으로 바꾼 것이다. 실제로 명칭이 바뀐 첫 해인 2019년 전·후반기 훈련 중 야외 실기동 훈련은 없었다. 모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됐다.

단 한 번의 훈련을 끝으로 사라진 한·미·일 연합훈련도 있었다. 바로 한·미·일 3국 대잠전 훈련이다. 잠항 중인 잠수함을 격파하기 위한 공조 작전 활동인 3국 연합훈련은 지난 2017년 4월 동해 공해상에서 미·일 전력자산과 함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된 이후 문재인 정부 5년간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항모강습단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항모강습단 훈련은 항공모함을 기함(flag ship)으로 삼고 진행하는 해·공군 연합 훈련을 말한다. 해당 훈련 또한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았다.

그래픽=손민균

규모가 반토막 난 ‘미 전략자산 전개 하 연합훈련’도 있었다. 맥스 선더와 비질런트 에이스 등 한미연합공군 훈련이다. 맥스 선더는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이고, 비질런트 에이스는 매년 12월 정례적으로 시행한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말한다. 이 훈련들의 핵심 목적은 전쟁 초기 북한 내 핵심 표적들을 한번에 무력화해 제공권을 장악하고 전쟁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있다. 그만큼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 중 하나다.

맥스 선더는 2018년 당시 한국과 미국 각각 전투기 50여대와 40여대 규모로 진행했지만, 지난 2019년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으로 명칭이 바뀐 뒤 규모가 반토막 났다. 비질런트 에이스도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으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대대급 이하 소규모 한미공군연합훈련으로 축소됐다.

기존 훈련에 쓰인 전투기 규모는 한국 90여대, 미국 170여대였던 게 각각 50여대로 줄었다. 이마저도 2019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장관회담에서의 논의를 이유로 훈련이 미뤄지기까지 했다. 연대급 규모의 야외 실기동 연합훈련이 사라진 셈이다.

성일종 의원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한미 동맹과 우리 국방력이 얼마나 약화됐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권이 교체된 후 이들 훈련은 상당히 복원됐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1년간 ‘미 전략자산 전개 하 연합훈련’은 총 15번 진행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축소된 연합훈련 규모를 확대하거나 사라진 훈련을 복원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한미 연합훈련에서도 미 전략자산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훈련 규모 확대를 포함해 훈련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군사훈련 정례화와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이유로 ‘유예’ 됐다가 2018년을 끝으로 사라진 UFG 훈련을 5년 만에 부활시켰다. 명칭은 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으로 바뀌었지만, 정례적으로 8월마다 훈련하도록 했다. 올 3월엔 FS(프리덤실드) 훈련도 시행하면서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확대했다.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은 지난해 ‘비질런트 스톰’으로 재정비해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전투기 규모는 한국 130여대, 미국 110여대를 확보한 상태다. ‘연합편대군 종합훈련’도 전투기 규모를 한국 70여대, 미국 50여대로 확충했다.

지난해 9월 30일 5년 만에 다시 재개한 한·미·일 대잠전 훈련은 지난 4월 3일 2년 연속 가동됐다. 기존의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 외에 최근 잦아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비한 ‘한·미·일 해상 미사일 방어 훈련’도 지난해 10월 6일에 시작한 뒤 올해 2월 22일과 4월 17일 두 차례에 걸쳐 시기에 맞게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