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출석해 증언하는 과정에서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이 피해자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을 놓고 질책했다. 김 법원장은 해당 사건을 관할한 책임자로, 이날 국정감사 질의 답변 도중 헛웃음까지 지어 보이면서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국회에서 대전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피해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요청으로 국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피해자는 현재 수감 중인 가해자로부터 보복 협박을 받고 있어 실명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신원 보호 차원에서 가림막 뒤에서 증언을 이어갔다.
피해자는 이날 자신의 1심 재판 기록을 보고자 열람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거부로 별도의 민사 소송을 제기해 사건 관련 정보를 얻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 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돼 보복 협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법원의 피해자 공판 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점 ▲가해자의 반성문이 양형에 참작된 점 ▲가해자의 강간 혐의에 대해 방송 전까지 검토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김 법원장을 향해 “피해자에게 재판 기록을 공개하는 건 재판장의 재량이고, 민사소송을 하게 되면 가해자에게 피해자 신원이 노출되는 걸 알면서도 법원이 이를 권유해 피해자를 보복범죄에 노출되게 했다”며 “사법 절차가 가해자의 권리는 보장하면서 피해자의 권리 구제에는 관심이 무딘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김 법원장은 “(피해자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참고인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김 법원장을 향해 “안타깝다니요? 남 일인가요? 피해자한테 사과하시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 법원장이 형사소송 절차를 언급하며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닌 검찰을 향해야 한다. 법원이 기소되지 않은 공소 사실을 두고 심리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법원장이 헛웃음을 짓자, 조 의원은 “지금 여기가 우스운가. 이게 웃을 일인가”라며 “인간이라면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부산에서 당신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몰라도 그 태도는 뭔가”라고 호통쳤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김 법원장의 해당 발언을 놓고 “아까 검찰도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오후에 검찰 국정감사도 있으니 할 말이 있다면 해 보시라”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 법원장은 “형사소송이라는 게 공소제기를 통해 재판부 심리 내용이 특정되기 때문에 그것을 넓히려면 검찰의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를 모두 듣고 있던 피해자는 “굉장히 마음 아픈 이야기”라며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니 저런 말을 편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피해자는 국정감사장을 떠나면서 “20년 뒤 죽을 각오로 열심히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며 “제 사건을 계기로 많은 범죄 피해자를 구제해달라”고 정치권에 거듭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이 여성의 머리를 발로 차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는 CC(폐쇄회로)TV가 없는 계단에서 발견됐다.
해당 사건 가해자는 1심에서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는 검찰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해당 판결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