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한일관계에 막혀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일 3국 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 그게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갖는 가장 큰 의미라고 봅니다. 정부가 후속 조치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회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사안은 지원하고, 보완할 사안은 그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김태호 의원실 제공

김태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의 의미와 앞으로 국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으로 제32대 경남도지사에 42세로 당선된 최연소 광역단체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제19대 국회 후반기와 제21대 국회에서 줄곧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외교통’으로 통한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하반기 외통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8월 18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정상회의다. 이들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담은 문건을 채택했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3국 협력 지침을 담은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강화 ▲경제 규범·첨단기술·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 공동 대응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3국 회의의 비전과 이행 방안이 주된 내용이다. ▲공동의 비전을 담은 구체적인 협의체 창설 ▲핵 확장 억제 및 연합훈련, 경제 협력, 경제 안보 등 방향성 제시 등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한일 관계로 막힌 유기적 결속을 이루기 위한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일 3국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한일 관계에 가로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한미일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한 현안에 대해 신속히 협의하고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수립하기로 한 건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미일 3국 협력을 위한다는 이유로, 한일 관계의 해묵은 과제나 과거사 정리는 덮어둬야만 하는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로 간다는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며 “간토 대학살이나 우키시마호 사건처럼 진상 규명이 절실한 문제도 있다. 과거사 문제에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은 철회돼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징용) 해법 제시 등 선제적 결단을 내리면서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복원되기 시작했지만, 한 걸음 더 전진하려면 일본 정부도 조금 더 성의 있게 호응해야 한다”면서 “한일 양국이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 짚어야 할 문제들은 짚고 가야만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해 외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외교의 꿈이 실현됐다’고 평가할 만큼,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의 의미와 성과를 극찬했다. 우리 외교가에서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을 새롭게 연 쾌거’라고 평가했다. 한미일 3국이 자유·인권·법치의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로 천명한 것은 그 의미가 상당하다는 걸 기사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윤 대통령도 한미일 3국 정상회의 직후에 지시했지만,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지원과 보완을 해나갈 것이다. 내년에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특히 국익이 걸린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구체적인 뒷받침 정책이나 법안 등에 대한 계획도 있는가. 야당과의 간극을 극복할 묘책이 있다면.

“외교적 관계를 제도화한다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야당과 외교적 시각 차이도 있고 지금처럼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미일 3국 정상회의 관련 제도적 뒷받침이나 법안을 발의하는 건 더욱이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여야 간 합의 없이 마냥 밀어붙일 수는 없지 않겠나. 하지만 위원장직에 있는 만큼 중심을 잘 잡아 여야 의원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한다. 그걸 지키려고 한다.

특히 사석에서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외교 관계가 결국은 국익과 직결되는데, 외교적으로 봤을 때 중심 관계를 잡고 주변 관계를 하나씩 쌓아가야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은 확인하고 의견 차이가 있던 부분에서 보이는 평행선을 잘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기존 3국 협력에서 새로운 ‘3자 틀’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3국 협력이었던 미국을 중간에 둔 이른바 ‘한미동맹-미일동맹’의 운용이 아닌 한미일 협력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다는데 어떻게 보나.

“그동안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양축으로 기능해 온 건 맞는다. 이번에 3국 협력의 틀이 마련되면서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역할에서 질적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정례화하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각급 고위급 인사들의 만남을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 중 ‘제도화’가 가장 눈에 띈다. 이런 장치들이 앞으로 한미일 협력·연대의 영속성도 보장할 거라고 생각하나.

“맞는다.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일회성 회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매년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다층적인 장관급 대화 채널을 마련했다는 것에 있다. 결국 한미일 협력의 새 시대를 개척해 나갈 틀을 완성한 것이고, 제도화를 통해 영속성을 확보한 것이다. 다만 앞으로 한미일 협력의 폭과 깊이가 제도화된 틀 안에서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나가려면, 우리 정부가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31%를 차지하는 3국이 ‘공급망 조기 경보시스템’ 등 공급망 연대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가 갖는 또 하나의 성과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조기 공보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이나 양자, 바이오, 차세대 정보통신, 우주 분야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하고,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과 인적교류 확대도 진행될 전망이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높아진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를 위한 ‘안전판’이자 ‘성장판’을 마련했다고 보는 이유다.”

―3국 협력 강화가 세계 주요 국가 그룹이나 그 이상의 새로운 협력체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나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을 확대한다고 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와 같은 맥락으로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에 맞게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변화된 국제질서에 맞게 G7(세계 주요 7개국)을 확대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렇게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 역할을 강화해 나가면 G7 또는 또 다른 국가 협력체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문건은 행정명령 차원인데, 미국 대선의 영향을 받을 거라고 보나.

“한미일 협력에 대한 최고위급 의지를 문서화했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매년 최소 1회 개최하는 등 제도화했다. 미국 조야에서도 이번 정상회의로 미국 외교의 숙원이 해결됐다고 평가할 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 정상이 문서로 합의한 만큼, 미국 대선 등 3국의 국내 정치 변동이 이번 정상회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