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영장 기각 후폭풍 여파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으로 여야 간 기 싸움이 커질 모양새다. 남은 정기국회 일정 중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면서 곧 있을 국정 감사와 예산안 심사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이날 예정됐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등의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생긴 민주당 내홍으로 무산됐다. 이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로 선출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통해 오는 6일 본회의를 열고 이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뉴스1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을 앞둔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단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일념하에 첨예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속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당 내홍 수습과 동시에 정부·여당을 향한 총반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여야는 국정 감사에서 내년 총선 표심 잡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2년 차 성과를 강조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작년 국정 감사 때 이미 문재인 정부 5년을 감사했기 때문에, 이번에 또 지적하는 건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그땐 못한 것 중 우리는 ‘했다’고 볼 수 있는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 ‘정권 견제론’을 들고나올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당내 상황을 국정 감사 전까지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는 게 관건”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국정 감사에서 보여줄 정책적 성과라는 게 있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능력에 분명 국민들도 공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감사 이후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예산 국회도 여야 극한 대립으로 타협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야는 예산안을 놓고 여전히 시각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8일 박광온 민주당 당시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 6% 이상 재조정을 주장하면서 이를 미이행할 시 야권끼리의 예산안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기조를 맞춰 ‘재정 다이어트’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이외에도 당장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노란봉투법·방송3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극한 대치로 국정 감사와 예산 정국 모두 암운이 감도는 상태라고 전망했다. 총선을 앞둔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여야 모두 제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상대 당을 향한 ‘무능력하고 나쁜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여야 모두 국민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여야 간 타협과 협치는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여당은 이 대표를 포함한 ‘사법 리스크’를 계속 국민에게 각인할 것이고, 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통한 ‘정치 탄압’을 어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안보다 증액된 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과정에서 여야 간 상당한 대립과 갈등은 더 격화되고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대립각은 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더구나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여야 모두 처리해야 하는 의제들이나 법안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여야 모두 불안정하지만, 물러서진 않을 게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여야 극한 대치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묘책인데, 이번 정부에서는 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며 “브레이크 없는 상태로 총선 전까지 여야 대립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