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추석 6일 황금연휴가 민심의 1차 향방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됐다. 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 변화가 생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상당수 전문가는 0.73%포인트 차 초박빙 대선 승부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승자 쪽으로의 지지율 쏠림 현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연휴를 맞아 총선을 둘러싼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편집자 주]

총선 수도권 민심 ‘리트머스지’라 불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오는 10월 11일에 치러진다. 내년 4월 총선 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선거인 만큼 수도권 선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직전 구청장인 김태우 후보가 다시 출마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경찰청 차장 출신의 진교훈 후보가 나섰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진교훈(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서울 강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조선비즈는 최근 강서구 현장을 두 차례 찾아 민심을 들었다. 추석을 앞둔 강서구에서 들은 민심은 ‘오리무중’ 그 자체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뽑겠다는 의견이 거의 반반에 가까웠다. 다만 강서구청장 선거에 대해 물었을 때 김 후보에 대해서는 ‘이번에 사면된 사람’, ‘지난번에 한 번 한 사람’ 등으로 언급하는 시민들이 더 많았던 것에 비해 진 후보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식의 대답도 많아 구민들이 느끼는 정치 피로도 또한 동시에 느껴졌다.

강서구는 현역 국회의원 3명 모두 민주당일 만큼 강북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예전부터 민주당을 뽑아와 이번에도 민주당을 뽑겠다는 구민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발산역 근처에 위치한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약 500m 떨어진 카페를 운영 중인 임모(53)씨는 “원래 강서구 사는 사람들은 다 민주당”이라며 “지난번(김태우 후보의 당선)이 조금 특이했던 것”이라고 했다. 강서구 방화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남모(52)씨도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그래도 민주당을 뽑을 거 같다”고 했다.

다만 진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임씨는 “(진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도) 그런 걸 생각하고 민주당을 뽑는 거 같진 않다”면서 “당에서 후보 공천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개별 후보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했다. 남씨도 “진 후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예전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그 사람을 얼마나 알겠느냐”고 했다.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선거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을 전망할 수 있는 마지막 선거다. 사진은 강서구 현장. /박지영 기자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선거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을 전망할 수 있는 마지막 선거다. 사진은 강서구 현장. /박지영 기자

반면 김 후보가 다시 한번 당선될 거 같다는 주민들도 여럿이었다. 강서구 방화동 경로당에서 만난 한 노인은 “먼저 (구청장)했던 김태우가 되겠지”라며 “아무래도 구청장을 최근에 했던 사람이지 않느냐. 민주당은 그 전에 너무 오래했다”고 했다. 강서구 등촌동에서 오랫동안 김밥집을 운영해 온 이모(73)씨는 “민주당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김태우가 제일 확률이 높다고 사람들이 요즘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을 꼽는 경우도 많았다. 방신전통시장에서 11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64)씨는 “김태우가 될 거 같다”며 “이재명 때문에 (민주당은) 안 된다. 김태우가 그래도 잘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보였다. 야채를 파는 상인이 “그래도 민주당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야채를 사기 위해 들른 한 손님은 “요즘은 김태우가 된다고 하던데...”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박모(51)씨는 김태우 후보에 대해 “(강서구청장 선거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너무 인심을 못 얻었다”며 “윤석열 정권도 인정을 못 받고 있어 야당에서 조금만 잘하면 인정을 받을 텐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호남 출신이라고 했다.

정치에 대한 높은 피로도를 호소하는 주민도 많았다. 양천향교역에 위치한 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하는 이모(50)씨는 강서구청장 선거에 대해 “솔직히 관심 없다”며 “따지고 보면 정치인은 다 똑같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등촌동의 한 주공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김모(70)씨는 “여긴 영세민이 사는 동네다. 우리한테 잘해주는 정치인이 좋은 건데 맨날 정치 공세만 하고 시행해 주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방신전통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 중인 조모(35)씨도 “하루에 한 당씩 돌아가며 오는 거 같은데 1년 내내 안 오다가 선거 있을 때 1년에 딱 한 번씩 온다”며 “시장에 전부 그 얘기뿐”이라고 했다. 이어 “어차피 누가 돼도 똑같다. 와서 인사도 안 한 사람들인데 뭘 알아야 대답을 하지 않나”라고 했다. 방신전통시장은 지난 24일에는 진 후보가, 25일에는 김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곳이다.

한편, 이날 여당 지도부가 추석을 앞두고 방신전통시장에 총출동한 가운데 김 후보는 별도의 일정을 소화했다. 김 후보는 조선비즈에 “당대표를 모시는 게 목적이 아니고 국민들 만나는 게 목적”이라며 “당 대 당 싸움, 정치적인 싸움보다는 지역에 결부된 민생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