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 내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친명계는 본회의 표결에서 가(可)를 택한 30여명 의원이 조직적으로 벌인 ‘해당행위’로 보고 있다. 반면 비명계에선 “가결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이 대표가 표심을 뒤집을 만한 결단을 내놓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체포안 가결을 자초한 이 대표와 친명계가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측이) 정치적 수습을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표결 이틀 전부터 물밑에서 (가결을 막아보려는)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며 “(가결을 결심한 의원들은) 문제의 초점이 방탄·팬덤정당이라는 국민적 불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건데, 마치 공천 달라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와 중진 의원들은 표결 전 가결을 고심하는 의원들을 만나 ‘부결’을 설득했다고 한다. 체포안이 통과될 거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가결을 결심한 의원들은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고, 이를 상쇄할 만한 대표의 결단이 있다면 부결 동참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런데 이 대표 측에선 “공천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가결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마치 공천 달라고 그러는 것처럼 (답을 했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던 대표가 ‘약속을 지켜달라’고 했다면 오히려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대표를 보호하자며 부결했을 거다. (대표가 부결을 호소한 건) 당 전체가 약속을 뒤집자는 것”이라고 했다.
친명 지도부 총사퇴 주장도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체포안 가결에 대해) 책임 지는 것이 필요해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으면 (이 대표 포함 지도부도) 총사퇴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 대표가 표결 하루 전 ‘부결’을 요청해 스스로 신뢰를 깼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의 이런 행태가 체포안 가결을 이끈 요인이라고 봤다.
◇“가결은 기획‧공작, 해당행위에 상응한 조치”
반면 친명 지도부 일원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포안 가결이 ‘기획’이자 ‘공작’이라고 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공교로운 일이나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볼썽사나운 구태 정치가 재현된 것”이라며 “정치는 기획한 대로 공작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같은 날 SBS 인터뷰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기획투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대오로 맞서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형성됐는데, 가결표를 던진 건 그들이 요구하는 당내 민주주의를 부인하고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에선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보복성 발언이 나왔다. 정 최고위원은 “같은 당 의원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야당 탄압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로,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퇴는 없다”고도 했다.
전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집계상 민주당에선 약 30여명의 의원이 가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