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자산(코인)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국회의원직 제명안’이 결국 부결됐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한 지 세 달 만이다. 유권자가 뽑은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다.
국민의힘 측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의원직 제명’ 징계안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다른 중요한 징계안도 많은 상태에서 김 의원 징계안만 강행하는 것은 안 맞는다고 했다.
징계안을 다루는 윤리특위 제1소위원회는 이날 김 의원 제명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3표·반대 3표 동수로 부결됐다. 가결 조건은 과반(4명 이상) 찬성이다. 1소위(총 6명)는 국민의힘 의원 3명(임병헌·이양수·백종헌), 민주당 의원 3명(송기헌·김회재·이수진)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 의원 3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국회의원 징계안은 윤리특위 제1소위 표결과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거친다. 이후 본회의에 상정돼 무기명 투표에 부쳐진다. 이날 징계안이 부결된 건 첫 번째 단계인 제1소위다. 당초 본회의 표결에서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결과를 좌우할 거란 전망이 나왔는데, 본회의는커녕 윤리특위 전체회의에도 상정을 못 한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양수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투표로 김 의원 제명안이 무산됐다”며 “국민적 공분을 산 김남국 코인게이트에 대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올라온 제명안을 부결처리하게 돼 소위원장으로서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날 표결에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적극 반영됐다고 한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1소위의 징계 논의가 시작되기 40여분 전 돌연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당내에선 즉각 동정론이 일었다. 윤리특위 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여당에 ‘표결 일주일 연기’를 요청했다. 결국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형평성’ 문제를 들어 부결이 정당하다고 했다. 송 의원은 “(윤리특위에 제소된 사건들 중) 다른 중대한 것도 많은데 그 사건들은 제명하지 않았다”며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권리를 포기했는데 이번 건만 강행하는 건 (형평성에) 안 맞고 (명분도)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선출직 공직자’ 제명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송 의원은 “유권자가 뽑은 선출직을 바로 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코인 거래 문제로 자당이 윤리특위에 제소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심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소위에서 부결된 제명안은 향후 다시 논의되지 않는다. 다만 여야는 비판 여론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징계안을 추진하거나 ▲부결된 제명안을 윤리특위 전체회의에 재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현행 국회의원 징계는 총 4단계로 ▲공개회의에서 경고 ▲공개회의에서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징계 수위를 두고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낮다. 이 위원장은 “소위에서 ‘국회 출석 정지 30일’ 징계안을 놓고 다시 표결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 지도부, 원내지도부와 상의한 뒤 여야 협상을 거쳐 계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