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거래·보유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미뤘다. 김 의원이 소관 위원회의 징계 논의 직전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를 참작해 징계 수준을 재검토 하겠다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성희롱성 발언을 한 최강욱 의원 징계 처분도 1년 4개월째 미룬 민주당 지도부의 ‘온정주의’가 당을 망칠 거란 자성이 잇따르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이 (지난 5월)탈당할 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면 훨씬 더 진정성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김 의원이 코인 문제가 불거진 당시 정치생명을 걸고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자료 제출을 제대로 안 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미봉책으로 대응했다”며 “당의 도덕성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했다.
징계 건을 다루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 이양수 위원장도 같은 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명안 논의’와 ‘총선 불출마’는 별개의 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 위원장은 “김 의원은 지금도 출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느 국민이 (투기 논란을 일으킨) 김 의원을 선택하겠나”라며 “불출마 선언을 했으니 본인이 충분히 희생하거나 반성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당초 윤리특위 제1소위는 지난 22일 김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안’ 수용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소위 시작 40여분 전 페이스북에 “심의 결과와 관계없이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 끝까지 의원직을 수행하도록 제명은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에 제1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며 표결 연기를 국민의힘에 요청했다. 민주당 친명계 인사들도 윤리특위에 “불출마 선언까지 했는데 제명은 너무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최강욱 사례’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 나왔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의원·보좌진과 온라인 회의 도중 자위행위를 가리키는 속어를 사용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최 의원은 “짤짤이였다”고 해명했다. 성희롱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사건 발생 50여일 만에 만장일치로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중대한 사안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징계 사유로 고려됐다고 한다. 문제는 최 의원이 재심을 신청한 이후 1년 2개월이 되도록 당 차원의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만큼, 최 의원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사실상 임기를 온전히 채우게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도덕성 문제를 비난하기가 민망한 수준이 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진보 정당은 도덕성에서 보수 정당보다 당연히 우월해야 하고, 지금까지 그 명분으로 표를 얻고 정치를 해왔다”며 “당 대표는 뇌물 혐의 피의자, 측근은 코인 투기, 성희롱, 지도부는 이들 징계를 피하게 해주려는 모습이 유권자한테 어떻게 읽히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