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코인(가상자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의원직 제명안’ 결정을 연기했다. 김 의원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징계 수위 논의 시점에 맞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기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제명 권고가 지나치다는 동정론이 일어서다. 당내에선 이미 ‘징계 수위가 하향 조정될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리특위 제1소위원회는 22일 제3차 회의를 열고, 거액의 코인 보유·거래 논란을 일으킨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위는 오는 30일 오후 3차 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무기명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윤리특위가 김 의원 징계 논의를 시작한 시점은 5월 말이다. 이 기간 여야 의원들의 코인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여야는 세 달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소위 위원장인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김남국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평가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연기됐다. 본인이 불출마를 선언한 점을 고려해 징계 여부를 추가 검토 하자는 것이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소위에서 결론을 내려 했지만 민주당이 정중히 추가 시간을 요청했다”며 “상대의 제안을 허투루 들을 수 없어 민주당의 입장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도 “표결을 하기 위해 숙고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의견을 청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이번 징계 결정안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불출마 선언이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을 면책해주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상당한 상황변화라며 회의를 미루자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자진 탈당한 의원의 경우 1년 이내 복당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5월 민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 탈당 당시부터 불출마는 정해진 수순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의 징계가 무산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여당 중진인 권영세 의원부터 DJ의 삼남 김홍걸 의원 등이 다량의 가상자산을 보유했고, 투자금 출처와 수익 여부 등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민주당은 이날 권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는데, 김 의원이 실제 제명되면 향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윤리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라는 조선비즈의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현행 국회의원 징계는 총 4단계로 ▲공개회의에서 경고 ▲공개회의에서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이다.
내주 중 윤리특위 소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결정하면,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투표에 부쳐진다. 국회의원 제명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168석)의 결정에 따라 김 의원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한편 민주당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민주당의 온정주의는 내로남불”이라며 당 지도부가 김 의원을 여전히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남국 의원의 불출마 선언 입장문과 윤리특위 징계 유보는 별건”이라며 “미룰수록 당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불출마 선언이 현재의 문제를 희석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