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무소속 국회의원의 정치 현수막도 별도의 신고·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정당과 소속 정치인의 현수막을 옥외광고물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이 시행됐는데, 무소속 의원에도 같은 특혜를 주자는 것이다. 현재는 무소속 의원이 정치 관련 현수막을 게재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고, 정해진 장소에만 달 수 있다.
입법 취지는 정당 소속 여부와 상관 없이 의정활동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무소속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이 민주당 출신인 데다 도덕성 문제로 당을 나간 경우가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법이 통과되면 각각 ‘코인 투기 논란’과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이성만 의원, 공금 유용 의혹으로 출당된 윤미향 의원 등도 임의대로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된다.
2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정치 현안 광고물에 대한 제한 조치 미(未)적용 범위에 무소속 국회의원을 추가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친명계 인사인 김용민 의원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됐다가 복당한 김홍걸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행법상 정당의 정책 및 정치적 현안을 표시하는 게시물은 옥외광고법에 명시된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 신고·허가가 필요 없을 뿐더러 수량과 장소, 규격 제한도 없다. 현수막의 표시 기간을 정한 대통령령(시행령)도 ‘15일 이내’를 명시한 정도다. 표시 방법도 정당의 명칭과 연락처, 설치 업체 연락처만 들어가면 혐오·비방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어도 문제가 없다.
개정안은 이러한 특혜를 무소속 국회의원에도 주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제8조 제9호)하는 내용이다. “정당에 소속되지 아니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위해” 기존 법률의 제한을 받지 않고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현수막의 표시방법·기간’은 ‘현수막의 개수·규격·장소·표시방법·기간’으로 바꿨다. 지난해 민주당 의원 3명이 대표발의해 통과된 옥외광고법 개정안 발효 후, 전국에서 정치 현수막이 난립해 ‘공해’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령은 상위법인 법률 취지를 침해하지 않는 데다 여야 정치인 모두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현행 수준을 크게 벗어나긴 어렵다.
21일 기준 무소속 국회의원은 총 10명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하영제·황보승희 의원,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김남국 의원은 ‘코인 투기’ 논란,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돈 봉투 사건’ 연루 혐의, 박완주 의원은 보좌관 추행 논란으로 탈당했다. 비례대표인 윤미향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 공금 유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 출당됐다. 이들 모두 수혜 대상이다.
민주당의 법안 발의는 김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에 출석해 코인 논란을 소명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부터 ‘자료 미제출’ ‘태도 불량’ 등으로 의원직 제명 권고를 받은 김 의원은 이날 소명 후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합당한 판단을 해주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리특위 제1소위는 오는 22일 3차 회의를 열고 김 의원 징계안을 재논의한다.
민 의원은 법안을 대표발의한 취지에 대해 “무소속 국회의원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무소속 의원의 정치적 현안 등에 관한 의견을 담은 현수막만 신고·허가, 금지·제한에 관한 규정을 적용 받는 건 문제”라고 했다.
한편 민 의원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강행 처리를 위해 지난해 4월 탈당해 약 1년 간 무소속 의원으로 지냈다. 헌법재판소는 이 탈당 행위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정치권에서도 ‘꼼수 탈당’이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올해 4월 민 의원을 복당시키고, 이달 16일에는 광주광역시 광산을 지역위원장으로 재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