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말 결정되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두고 대한민국(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가 맞붙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직접 영어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은 준비됐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엑스포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강조했다. 케이(K)-팝 가수 싸이와 아이돌 카리나도 PT에 등장했다. '오일머니(석유자본)'의 사우디, 고도(古都) 로마를 강조한 이탈리아는 모두 '친환경 엑스포'를 선언했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 사우디, 이탈리아 3개국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각각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사우디 리야드, 한국 부산, 이탈리아 로마 순으로 30분씩 영어로 진행한 4차 경쟁 PT에는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뿐만 아니라 1국 1표를 행사할 179개 BIE 회원국 대사들이 알만한 세계적인 배우, 가수 등 유명 인사들을 동원해 경쟁했다.
두 번째 주자인 한국의 PT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윤 대통령은 약 9분 동안 영어로 '미래·약속·보답·연대'를 키워드로 한 부산 유치 비전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범국민적인 유치 열망과 하계 및 동계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를 치른 경험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가 '인류가 당면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자 '세계 청년들이 인류 공동체로서 함께 협력하는 것을 배우는 가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문화 엑스포, 연대의 엑스포라는 지향점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문화 엑스포를 구현해 모든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대접받게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2030년 부산에서 만나자"고 강조했다.
'강남 스타일'의 싸이도 힘을 보탰다. 그는 연설하던 중 자신을 못 알아볼까 봐 선글라스를 쓴 다음 트레이드마크인 '말춤'을 보여줘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는 영상 메시지로 부산 엑스포 유치를 향한 염원을 강조했고,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PT의 시작과 끝을 알리며 K-컬처를 과시했다. 박람회장 콘셉트와 디자인 등을 총괄한 진양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에듀테크 스타트업 에누마 이수인 대표 등도 연사로 참여해 부산엑스포가 추구하는 융합과 화합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엑스포 유치 전략을 점검하고 글로벌 인맥을 동원, BIE 주요 인사들을 만나 유치 지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먼저 PT를 한 사우디는 외교부, 투자부 장관 등 엑스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들을 내세워 '오일 달러'를 앞세운 거대 인프라를 강조하면서도 친환경 엑스포 구현을 약속했다. 이들은 2030 리야드 엑스포를 탄소 중립을 뛰어넘어 '탄소 네거티브'로 만들겠다며 태양에너지로 전시관 등을 운영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한편 재활용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권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사우디는 장애인 이동성 보장, 국제 최고 수준의 노동권 담보 등 '평등, 포용,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핵심 정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파리를 찾아 한국, 이탈리아 정상들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먼저 만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PT에 직접 나서지 않았으나, 사진으로 등장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이탈리아의 주 연사는 멜로니 총리였다. 그는 영어로 PT를 하면서 찬란한 역사와 혁신적인 미래 기술이 공존하는 로마에서 엑스포를 개최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 리야드와 비교했을 때 로마가 후발 주자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 모두는 로마의 2030 엑스포 유치를 바란다"며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도 환경친화적인 엑스포를 강조했다. 엑스포 전시관마다 청정에너지 생산 시설을 마련하고, 그 에너지로 건물을 운영하는 식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태양발전소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눈길을 끈 인물은 영상 메시지를 전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러셀 크로였다. 그는 고대 로마 검투사의 삶을 조명한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로마 명예 대사'가 됐다. 그는 "로마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수도다. 항상 모든 인류에게 손을 내밀어 준 도시"라고 했다.
한편, 2030 엑스포 개최 도시는 오는 11월 28일 제173차 총회에서 179개 BIE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최종 5차 PT도 열린다. 부산이 유치 지역으로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엑스포까지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프랑스·미국·캐나다·일본·독일·이탈리아 등 6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