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오전 발사한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가 공중에서 폭발하거나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이 발사체가 일본 영토를 향해 날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발령했던 대피령을 해제했다.

일본 정부가 31일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며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긴급경보를 발령한 뒤 TV 화면에 'J-ALERT'라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로이터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다. 군 당국은 이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비행했는지 확인 중이다.

군 소식통은 이 발사체가 낙하 예고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군은 발사체가 공중 폭발했거나 해상에 추락하는 등 발사 과정 전반이 실패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일본 정부는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자 발사체가 지나가는 경로에 있는 오키나와현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인공위성으로 지자체 등에 긴급 정보를 전달하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오전 6시 30분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은 이날 오전 7시 4분쯤 “앞서의 미사일은 우리 나라(일본)에는 날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난 요청을 해제한다”고 전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오전 7시 5분쯤 이 발사체에 대해 “이미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NHK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는 비행 중 레이더에서 사라졌다는 정보가 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또 발사체 일부는 한반도 서쪽에 있는 황해에 낙하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7시 30분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 탄도미사일로 생각되는 물체가 발사됐다”면서 “현재 피해상황은 보고되고 있지 않다. 상세한 정보는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5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앞서 북한은 이날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과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IMO가 공개한 북한의 통보에는 협정세계시(UTC)를 기준으로 5월 30일 오후 3시부터 6월 10일 오후 3시까지 위성용 로켓을 발사한다는 내용과 발사체 낙하물이 떨어질 장소 3곳의 좌표가 포함돼 있다.

1단 로켓이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은 한국 충남 태안군에서 서쪽으로 약 253km 떨어진 지점이며, 위성 덮개인 페어링이 떨어질 지점은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서쪽으로 284km, 2단 로켓이 떨어질 지점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동쪽으로 약 820km 떨어진 곳이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의 발사체가 일본에 낙하할 경우 요격할 수 있는 ‘파괴조치 명령’을 자위대에 발령해놓은 상태였다. 방위성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비해 지난달 오키나와현 섬인 미야코지마, 이시가키지마, 요나구니지마에 패트리엇 배치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