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및 투자 의혹으로 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뒤늦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김남국 코인’ 사태는 윤리특위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여야 모두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했지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운영 기간 등에서 이견이 있는 상태다. 또 21대 국회 들어 윤리특위에서 결정된 징계가 단 한 건도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인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중 접수된 징계안은 39건이다. 이 중 처리된 징계안은 지난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법사위원장석을 점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며 제출된 징계안뿐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장석을 점거해 징계안이 제출됐을 경우, 윤리특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당시 김 대표는 국회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안은 주로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출되고 있다. 최근 여야가 김남국 의원에 대해 각각 제출한 징계안을 살펴보면 품위 유지 의무 위반과 청렴의무 등이 주된 사유다. 다만 국민의힘은 징계안에 국회법 제155조 제15호의2에 따라 징계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는데 이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이 지난 17일 제출한 징계안에는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사유만 적혀있다.
여야 모두가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지난 17일 국회 윤리특위를 구성하는 등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있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야는 정쟁이 발생할 때마다 상대 당의 의원을 향한 징계안을 제출했지만 실질적인 징계로 이어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21대 국회 전반기 윤리특위도 징계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않고 후반기 윤리특위에 승계했고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4년간 총 47건의 의원 징계안이 제출됐지만, 철회 3건, 심사 대상 제외 2건을 제외한 징계안 전부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 김남국 의원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윤리특위에 제소를 결정하는 등 앞선 사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여야는 이미 윤리특위 운영에 있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징계안을 처리하는 데는 최장 80일이 걸리는데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안 두 건 외에도 현재 윤리특위에 계류된 나머지 38건의 징계안을 같이 논의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윤리특위에 제출된 징계안은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회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최대 60일간의 의견 청취, 본회의 등 최대 80일이 걸릴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 중 자문위를 생략하자는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윤리특위에서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숙려기간을 지나 자문위로 넘어가면 최장 80일까지 소요돼 (징계 절차가) 지연된다”며 “국민들이 공분하고 계신 만큼 여야 간사 합의로 자문위를 생략하고, 본회의에 바로 김 의원 제명안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어느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단죄해 마녀사냥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에 대한 결정도 까다로울 전망이다. 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단계다.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명의 경우 국회법상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이 가능하다.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을 다 더해도 민주당에서 80여명의 찬성표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 일부에서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가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윤리특위에 계류된 징계안 38건을) 일거에 다 하자라고 민주당이 주장한다면 ‘물타기다’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야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4·3 발언 징계안 등) 급한 것에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 의원은 윤리특위 기간에 대해 “무조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최대 60일간의 기간이 있지만 자문위가 30일 이내에 검토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