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미래 현안 과제인 ‘인구 위기’와 ‘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국회 특별위원회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국회 특별위원회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관에 속하지 않거나 혹은 특히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특별히 설치한 위원회다.
인구위기 특별위원회는 다수 관계 부처와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각 부처 장관들이 불참석한 상황에서 업무보고를 마치는 일명 ‘반쪽짜리 회의’를 면하지 못했다.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도 보험료율 등 핵심이 빠진 보고서로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지조차 미지수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위가 법적으로 정한 임기 내에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특위별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인구위기 특별위원회(인구특위)와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구성된 인구특위는 지난 26일 세 번째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만 출석한 가운데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은 모두 불참했다.
이날 진행된 인구특위 업무보고는 불출석을 통보한 국무위원이 많다는 이유로 두 차례 연기 끝에 열렸다. 하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구특위 야당 간사인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방부 장관도 다른 일정이 있어 업무보고만 하고 가는데 거의 불출석에 가깝다”며 “회의를 2주 전에 소집했음에도 불가피하게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장관들을 빼고 나머지 장관들은 이미 일정에 반영돼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인 김영선 인구특위 위원장도 “오늘(26일) 질의를 하고 다음번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출석하지 않은) 장관을 한 번 더 부르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연금특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6일 연금특위는 세 차례 끝에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기존 논의로 국민연금을 단일 사안으로 한정해왔지만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도 연금개혁에서 동떨어질 수 없는 사안이었음을 확인했다는 게 연금특위의 설명이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연금개혁에서) 수익률 제고 방안을 논의하는 이유는 연금제도 개편을 앞두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 수준을 어떻게 낮춰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위해서”라며 “단순히 펀드 수익률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전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숱한 논의 끝에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제출한 4개월간의 보고서엔 정작 들어갔어야 하는 내용은 빠져 있었다. 연금개혁의 핵심인 ▲국민들이 지금보다 얼마나 돈을 더 내야 하는지(보험료율) ▲지금과 비교해 얼마를 더 받아야 하는지(소득대체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 논의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만 담겼다.
현재 여야는 연금특위 활동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하는 것에 공감대를 확인했다. 연금특위는 30일 활동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연금특위 활동기간 연장의 건을 상정했다. 연금특위는 오는 10월까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회 특위가 정해진 임기 내에 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인 만큼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특위가 잘 돌아가기 위한 동력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인구와 연금과 같은 국가적 미래 현안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가려면 특위 임기 내에 과제를 끝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 특위를 꾸린다는 것은 국회 여야 의원들도 특정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동력 마련에 대한 논의도 국회 차원에서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위만 만들어 놓고 아무런 성과 없이 무작정 공전시키는 것은 의미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서울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소관주의에 입각해서 일을 하다 보면 현안 과제를 둘러싼 국회·정부 간 협력이나 외연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국가적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표하에 정보를 공유하고 일하는 문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출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특위는 구조상 어느 한 상임위 소관에 속하지 않는 사안에 대한 처리를 해야 하는 만큼 단번에 답을 구하거나 해결하는 데 동력을 마련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면서도 “특위를 구성한 국회의원, 전문가 등의 이야기에서 현안 쟁점을 최대한 빨리 도출하고 특위 임기 내에 여야 간 로드맵을 정하는 등 스스로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끼리도 국정 현안에 대해 양극단으로 경쟁을 몰아가는 쪽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적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국민 우선주의’에 입각한 모멘텀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