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21일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 남모(61)씨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전 강원지사 재임 시절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긴급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김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 열어 “김진태 지사는 도 감사위원회에 망상 1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는 애초 5월 초 정기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속칭 전세 사기꾼 남모씨의 망상 1지구 사업권 획득 과정에 의혹이 커짐에 따라 감사에 조속히 착수하기로 했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가 어떻게 망상1지구 사업과 같은 큰 사업을 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원점에서부터 짚겠다”고 했다.
이어 김 실장은 “김 지사는 망상1지구 사업 전반에 대해 도민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취임 직후 당시 청장에 대한 공직 감찰을 통해 직무 태만을 밝혀낸 데 이어 지난해 9월 해당 사업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며 동해이씨티를 사업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2018년 11월 동해시 망상동 340만㎡에 민자 6674억원을 들여 국제복합관광도시를 조성하는 망상1지구사업 시행자로 동해이씨티를 선정했다. 동해이씨티는 남씨가 2017년 8월 16일 아파트 건설업종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동해이씨티는 당시 망상동 일원 토지 175만㎡를 확보해 개발사업 시행자로 선정됐으나 이후 나머지 165만㎡를 매입하지 못했다. 동해이씨티가 토지 수용재결 공탁금 약 200억원을 지난해 기한까지 예치하지 못하면서 현재 소유 토지에 대한 법원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 동해이씨티 측이 토지 소유권 이전에 협조하지 않아 해당 토지에 대한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개발사업 시행자 선정은 공정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공모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은 최 전 지사 재임 기간인 2021년 도 감사에서 ‘문제 없음’ 결론이 나왔다. 감사를 다시 벌이는 데 대해 김 실장은 “당시에는 사업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행정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이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번에는 의사 결정에 누가 참여하고 결정했는지를 짚어야 할 것 같다”며 “전임 (최문순) 도정을 고려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했다.
남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 2864가구의 2700억원대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이 사기 사건으로 20~30대 피해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남씨는 2018년 강원도 동해 망상지구 개발 사업자 선정 때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작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기소됐다.
남씨는 사기 행각을 지속하면서도 상진종합건설 대표,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 대표, 대한민국파워리더대상 대회장, 한글세계선교센터 총재 등으로 활동했다. 2년 전에는 한 시상식에서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에게 직접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어 최문순 전 지사와 각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도시개발을 하는 사업가 행세를 했다.
남씨는 2011년 인천 미추홀구에 직원 5명 규모로 상진종합건설을 세우고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를 지어 집을 처음 장만하려는 20~30대 서민층의 전세 보증금을 빼돌렸다. 지은 아파트와 빌라를 담보로 은행 대출 받기를 반복하며 인천 ‘건축왕’으로 입지를 다졌고, 중개업자들과 공모해 “은행 대출은 있지만 보증금은 문제없다”며 세입자를 속였다.
남씨는 2017년 강원도로 활동 거점을 옮겼다. 동해시 일대 땅 178만㎡(54만평)를 143억원에 낙찰받았고, 이듬해 사업비 6674억원 규모의 망상1지구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망상1지구 개발 사업은 최문순 지사가 동해시 망상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국제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2013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 사람(남씨)이 다른 지역(강원도)에 투자하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위 정치인들이 청탁과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있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인천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 배후에 야권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